송수권 시인作/ 산문에 기대여
2004.11.21 06:23
山門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매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즘믐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 같이
살아 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뭇돌 속에 비쳐옴을
우리 나라 산과 강은 사람 사는 공간에 있어 집 다음으로 많은 우리의
공간을 찾이하고 있다고 본다. 눈 뜨면 바라보고 또 길을 나서면 만나는
작은 실개천서부터 좀 큰 강물에 이르기 까지 우리 삶이 산과 강에
녹아 흐른다 시인은 그런 산문에 기대여 누이를 생각하며 간절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눈물 끝에 깊이깊이 자리한 고요와 그 고요 속에 뛰어
오르는 물고기처럼 우리들 삶은 항상 기쁨과 슬픔의 교차로 같은
어울림으로 이루어 졌다고 본다 이 시는 우리 삶의 공간에 항상 자리한
산과 강이 우리 핏줄처럼 흘러들어 우리 가슴에 누이 얼굴처럼 자리한
그런 감정이 서정적으로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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