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에

  정숙자
  

  
그대는 행복해서는 안 된다, 결코
그대에게 합당한 여인을
만나서는 안 된다

그대는 불행해야 하고
그대에게 가장 부적당한
여인을 만나야 한다

그리하여, 세월이 흐를수록
나를 잃은 뼈저림에
몸부림쳐야 한다

결국 나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도 좋다
병으로건 자살이건 환영이다

행복한 나머지 나를 잊고
유유히 사는 그대를 상상하는 건
내가 연옥에 들어섬과 같다

이러한 나의 솔직성이
옳지 않다고 여기는가?
천만에, 이런 사랑이 존재함을 기뻐하라

           -全文/1984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