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웅 시인/ 기다리는 편지

2005.03.04 05:15

박경숙 조회 수:368 추천:25

  -기다리는 편지-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겨울의 끈질긴 고집 관성은 오랜 기억을 닮는가보다 마당에 가까스로 내려오는 봄 햇빛 한 줌 비틀비틀 걸어가다 나비가 되고 그리움이 많은 쪽으로 기울어지는 허공 빨랫줄에 구름이 걸려 펄럭일 때마다 하얗게 표백되는 기억들 기다림도 오래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가보다 하늘의 길섶 한구석 기우뚱 무너지고 그 빈 길로 우와 쏟아지는 바람에 쿨럭쿨럭 기침을 하는 빨래들 때로 너무 추운 겨울을 지나고 나면 지평선 너머 아지랑이 올라가는 소리가 중얼중얼 편지 읽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는가보다 녹슨 우체통에 잔설이 녹는 봄날의 끝                        권대웅 詩集(문학동네ㆍ67)                     『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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