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장소를 찾아서/ 이승하 시인

2005.06.22 16:55

박경숙 조회 수:220 추천:40



  내 죽는 날이 겨울날이라면
  그 해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날
  허허벌판 아무데나 누워 눈 펑펑 맞으며
  마지막 숨 헐떡거리고 싶다

  내 죽는 날이 가을날이라면
  끝간 데 없이 별이 열린 날
  수확기의 들판 아무데나 누워 밤하늘 바라보며
  무한 천공의 별들에게 내 부고 전하고 싶다

  내 죽는 날이 여름날이라면
  긴 장마의 절정 장대비 퍼붓는 날
  흙탕물 아무데나 누워 매맞듯이 비 맞으며
  내 육신 대자연에 수장시키고 싶다

  내 죽는 날이 봄날이라면
  달도 별도 안 보이는 칠흑의 밤
  물오르는 대지 아무데나 누워 땅기운 느끼며
  붉은 흙 더 기름지게 썩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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