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 / 송기흥 시인

2006.02.16 05:05

박경숙 조회 수:295 추천: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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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방-



      스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몸을 뒤틀며 쓰러지셨다



      입적이라도 하셨는가, 들여다보니

      온 몸을 떨고 있다



      가을볕 부신 툇마루에 잿빛무늬

      가사(袈裟)의 물결이 아른거린다



      생이, 이처럼 떨리는 그 무엇이었다는 건지

      생을, 이처럼 진저리치며 살아야 한다는 건지



      오래 떠돌다 돌아온 구도자의 심중이

      장삼자락 안에서 떨고 있다



      다음 생으로 건너가기 직전이다



      - 송기흥시집, 흰뺨검둥오리,황금알,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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