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부부 / 안상학 시인
2006.02.16 11:12
맹인부부
안상학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이
길을 묻는다. 침술원이 어디냐고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저기 있어요. 손으로 가리키다가
말문이 막힌다.
소매를 잡고 길을 간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눈을 감아본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살면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엄살떤 적 있었던가.
침술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캄캄하다.
귀를 쫑긋 세우는 맹인 침술사
불도 켜지 않은 채
맹인부부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거리로 나서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햇살이 더 어둡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8 | 작별 앞에서/ 정숙자 시인 | 박경숙 | 2005.03.18 | 409 |
27 | 내가 읽은 올해의 좋은 시/강인한 시인 | 박경숙 | 2005.03.20 | 595 |
26 | 임종 장소를 찾아서/ 이승하 시인 | 박경숙 | 2005.06.22 | 220 |
25 | Just for you. | 박경숙 | 2005.09.23 | 285 |
24 | 삽화 / 배정웅 시인 | 박경숙 | 2006.01.19 | 316 |
23 | 나방 / 송기흥 시인 | 박경숙 | 2006.02.16 | 295 |
22 | 시를 쓰는 일 / 정임옥 시인 | 박경숙 | 2006.02.16 | 514 |
21 | 아버지가 보고 싶다 / 이상국 시인 [1] | 박경숙 | 2006.02.16 | 779 |
» | 맹인부부 / 안상학 시인 | 박경숙 | 2006.02.16 | 716 |
19 | '월곡한담' | 박경숙 | 2006.03.24 | 859 |
18 | 신록 / 박재삼 시인 | 박경숙 | 2006.06.02 | 565 |
17 | 과일가게 앞에서 / 박재삼 시인 | 박경숙 | 2006.06.28 | 634 |
16 | 천창호에서 / 나희덕 시인 | 박경숙 | 2006.06.28 | 934 |
15 | 고통의 불감증과 아이러니 | 박경숙 | 2006.08.11 | 514 |
14 |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시인 | 박경숙 | 2006.09.23 | 550 |
13 | 내가 사는 세상은 기호의 천국인가 기호의 지옥인가 / 이승하 시인 | 박경숙 | 2007.04.14 | 744 |
12 | 감꽃의 득음 / 정임옥 시인 | 박경숙 | 2007.06.30 | 500 |
11 | 한탄강에서 공후인을 듣다 /이승하 시인 | 박경숙(昭侹) | 2007.09.14 | 430 |
10 | 시와 시인에 대한 단상들 | 박경숙 | 2008.04.17 | 340 |
9 | 박경리 선생 마지막 산문 | 박경숙 | 2008.05.24 | 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