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부부 / 안상학 시인
2006.02.16 11:12
맹인부부
안상학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이
길을 묻는다. 침술원이 어디냐고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저기 있어요. 손으로 가리키다가
말문이 막힌다.
소매를 잡고 길을 간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눈을 감아본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살면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엄살떤 적 있었던가.
침술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캄캄하다.
귀를 쫑긋 세우는 맹인 침술사
불도 켜지 않은 채
맹인부부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거리로 나서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햇살이 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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