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시 모음
2008.09.13 04:35
연 / 정용진
바람 부는 날
나는
너를 향해
연鳶을 띄운다.
내 연연戀戀한
마음을 띄운다.
티없이 연연涓涓한
그리움이
창을 두드리면
너는
문을 열고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오늘도 나는
연연連延한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절절한 사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봄달 / 정용진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달이 꽃에게 다가가서
너는
나의 입술이다 속삭이니
꽃이
달에게
너는 나의 눈섭이다
고백한다.
둘이
서로 마주보고
마음을 여니
향이 흐르고
미소가 넘쳐
봄밤이 짧더라.
파피꽃 / 정용진
간 밤 새워 내린
봄비로
흙가슴을 열고
솟아올라
노란 저고리
초록 치마를 걸치고
웃고 서있는
애잔한 Poppy꽃.
나는
너에게로 다가가서
연인이 되어
사랑을 입 맞추고 싶다
이 푸ㅡ른 아침에.
나무.3 / 정용진
나는 너를 향해
너는 나를 향해
우리는
이렇게 서서
숲을 이루고
마주보며
팔을 벌려 껴안고
사랑에 빠진다.
너와나의
깊은 가슴속에는
연륜마다 아롱져
출렁이는
사랑의
그윽한 물결.
사과꽃 / 정용진
나른한 윤사월
따가운 햇살 받아
진흙 딛고
도리桃李인 양
홀로 수줍은
사과 꽃.
어려서는 푸른 볼이
과년하여
꿈빛으로 익어
서녘하늘
황혼을
타는 저녁 노을
빠알간 가슴.
들꽃 / 정용진
천년의 정적이
낡은 시간들처럼
소리없이 쌓이는
후미진 산록에
홀로 서서
임을 기다리는
들꽃 한송이.
지나는 바람결에
가슴 떨며 손을 흔들고
애타는 마음을
향으로 피워내는
외로운 들꽃.
아침 햇살에
노을빛 색동옷을
가려입고
볼 붉히는 너는
순결의 화신化身
애틋한 사연을 담아
청산에 둘러두고
오늘도
그리운 임을 기다리는
슬픈 들꽃아.
시인의 말
사랑은 아름답고
사랑은 따뜻하고
사랑은 행복하다
그러나 사랑은 때로는
외롭고 슬프고 아프다.
그대는 누구이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바람부는 날
나는 너를 향해
사랑의 연鳶을 띄운다.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The Prayer - Cecilia
2008년 추석 전날, 시인으로부터 메일로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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