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일기
2010.01.23 04:24
비밀일기
이월란(10/01/20)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 검사는 공공연한 숙제였다
나는 가끔씩 그럴듯한 거짓말로 동화를 써재꼈다
아버지는 동화 속 주인공으로 둔갑시켰고
나는 종종 해피엔딩의 담벼락에
포스터처럼 붙어 있곤 했다
그 담벼락 밑에 꽃처럼 피어 있곤 했다
참 잘 했어요 라는 스마일 도장밥을 이마에 찍고서야
타박타박 현실의 대문으로 들어가곤 했던 것이다
나의 일기를 훔쳐 본 언니는 다툴 때마다 빈정거렸다
아버지가 언제 그랬냐고, 네가 언제 그랬냐고
죽도록 미웠던 언니는
지금은 죽도록 그리워
내가 여시와 야시를 오가는 동안
곰과 소 사이를 오가던 순둥이 언니가
지금은 죽도록 그리워
나의 시가 종종 그 때의 일기를 쏙 빼닮아 있는데도
가난한 살림을 불리느라 지금은
공개되어버린 나의 일기장을
더 이상 읽어주지도 않는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639 | 어느 여름밤의 단상 | 성영라 | 2007.06.12 | 43 |
| 3638 | 아이 하나 | 노기제 | 2007.06.12 | 53 |
| 3637 | 고래가 집으로 온다 | 한길수 | 2008.07.28 | 56 |
| 3636 | 유정(有情) | 이월란 | 2008.07.30 | 49 |
| 3635 | 아이 쪽팔려 | 오영근 | 2007.06.11 | 42 |
| 3634 | 시카고에서 열창한 장사익 님 ! | 이 상옥 | 2007.06.10 | 40 |
| 3633 | 건망증은 즐거워 | 오영근 | 2007.06.10 | 47 |
| 3632 | 당신이 빠져 나간 자리 | 김사빈 | 2007.06.10 | 43 |
| 3631 | 잊혀지지 않는 냄새 | 오영근 | 2007.06.08 | 47 |
| 3630 | 감자 | 강성재 | 2007.06.07 | 47 |
| 3629 | 성묘 | 강성재 | 2007.06.07 | 40 |
| 3628 | 몰래 몰래 | 서용덕 | 2010.01.24 | 60 |
| 3627 | 이방인의 탱고 | 서용덕 | 2010.10.12 | 81 |
| 3626 | 이별, 그 울림속으로 | 장정자 | 2010.01.24 | 78 |
| 3625 | 장미 화원에서 / 김영교 | 김영교 | 2010.01.26 | 47 |
| 3624 | 안개와 바이러스---------------유타 | 이월란 | 2010.01.23 | 42 |
| 3623 | 입양천국---------------------유타 | 이월란 | 2010.01.23 | 59 |
| » | 비밀일기 | 이월란 | 2010.01.23 | 53 |
| 3621 | 밤마다 쓰러지기 | 이월란 | 2010.01.23 | 60 |
| 3620 | 소리농장 / 김영교 | 김영교 | 2010.01.22 |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