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2006.12.04 03:27
사흘째 바람이 심하다
블라인드를 열면
나무들 무언극이 한참이다
밤새 어둔 하늘 아래
울며 몸부림치더니
햇빛 반짝이자
그 울음 모두 삼키고 춤을 춘다
미친 듯이 손짓한다
벽에 부딪치는 손짓
환기통에 고이는 웅얼거림
누굴 부르는지
그 소리 따라
달려가야만 할 것 같다
어둠과 빛을 뚫고
집과 나무와 사람
숨결 사이로
가슴속에 길이 뚫린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소음 속에 훵하니
끝없이 고요한 길들
그 길에 발 딛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1 | 대화 | 김혜령 | 2003.03.28 | 315 |
70 | 벼룩과 과학자 | 김혜령 | 2003.01.29 | 329 |
69 | 사잇길 | 김혜령 | 2003.03.05 | 339 |
68 | 새벽 | 김혜령 | 2003.04.14 | 343 |
67 | 줄 위에서 | 김혜령 | 2003.01.29 | 345 |
66 | 비의 음계 | 김혜령 | 2003.04.14 | 346 |
65 | 봄꽃 질 때 | 김혜령 | 2003.04.14 | 350 |
64 | 공사장을 지나며 | 김혜령 | 2003.01.29 | 351 |
63 | 산다는 것은 | 김혜령 | 2003.04.14 | 351 |
62 | 산보하는 개 | 김혜령 | 2003.04.14 | 353 |
61 | Imaginary Friends | 김혜령 | 2003.04.15 | 364 |
60 | 우산 | 김혜령 | 2003.03.28 | 365 |
59 | 편지(2) | 김혜령 | 2003.01.08 | 369 |
58 | 약도 | 김혜령 | 2003.01.08 | 411 |
57 | 편지(1) | 김혜령 | 2003.01.08 | 414 |
56 | 창 | 김혜령 | 2003.04.16 | 459 |
55 | 음계연습 | 김혜령 | 2003.03.28 | 462 |
54 | 피로 | 김혜령 | 2003.04.22 | 468 |
53 | 나비가 지나는 교차로 | 김혜령 | 2003.01.03 | 489 |
52 | 오후의 소묘 | 김혜령 | 2003.03.28 | 4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