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2006.12.04 03:27
사흘째 바람이 심하다
블라인드를 열면
나무들 무언극이 한참이다
밤새 어둔 하늘 아래
울며 몸부림치더니
햇빛 반짝이자
그 울음 모두 삼키고 춤을 춘다
미친 듯이 손짓한다
벽에 부딪치는 손짓
환기통에 고이는 웅얼거림
누굴 부르는지
그 소리 따라
달려가야만 할 것 같다
어둠과 빛을 뚫고
집과 나무와 사람
숨결 사이로
가슴속에 길이 뚫린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소음 속에 훵하니
끝없이 고요한 길들
그 길에 발 딛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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