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의 문

2007.01.10 04:24

김혜령 조회 수:866 추천:139

아이는 잠을 잔다.
온종일 세상을 보느라 쉼 없이 팔락였을
깃털 같은 눈썹을 곱게 드리우고,
온종일 세상의 숨결 속을 바람개비처럼 달려
꽃같이 붉어진 뺨을
내 빈 손바닥에 묻고.

이럴 때 아이는
턱없이 믿는 것 같다.
제 엄마를,
제 엄마라는 문 뒤의 세상을.

이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주나.
엄마도 그 세상
잘 모른다고.
엄마도 살면서
수많은 함정과 덫에 걸려 넘어졌고,
이유도 생김새도 모르는 그것들
잡초처럼 내 안팎에 무성한 그것들을
어떻게 피하는지
나라는 문은 어떻게 생겨
어디로 통하는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그래서 때로는 잘못 열리는 문이기보다
부서지는 그날까지
시린 바람 한 점이라도 막아주는
벽이고 싶다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 오작교 건너가 만나리 김혜령 2009.02.11 1041
50 빗소리 김혜령 2008.12.07 995
49 롱슛 김혜령 2008.08.27 1119
48 새들이 운다 김혜령 2008.05.15 1126
47 나무 안의 길 김혜령 2008.03.19 1042
46 강바닥은 김혜령 2008.03.18 767
45 차력사 김혜령 2007.08.05 1580
» 아이 앞의 문 김혜령 2007.01.10 866
43 아직도 바람이 김혜령 2007.01.10 806
42 겨울 화단에서 김혜령 2006.12.06 1010
41 바람 김혜령 2006.12.04 874
40 일상이라는 잡초 김혜령 2004.09.26 727
39 부서져 웃겠네 김혜령 2004.05.06 709
38 김혜령 2004.04.13 709
37 꽃, 새, 바람 김혜령 2004.04.13 643
36 아버지의 마당 김혜령 2004.03.16 562
35 거위 김혜령 2004.03.16 812
34 둥지 속의 고요 김혜령 2004.01.07 1070
33 아름다운 그대 김혜령 2003.12.11 615
32 생각 김혜령 2003.11.26 548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1
전체:
22,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