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2006.12.04 03:27
사흘째 바람이 심하다
블라인드를 열면
나무들 무언극이 한참이다
밤새 어둔 하늘 아래
울며 몸부림치더니
햇빛 반짝이자
그 울음 모두 삼키고 춤을 춘다
미친 듯이 손짓한다
벽에 부딪치는 손짓
환기통에 고이는 웅얼거림
누굴 부르는지
그 소리 따라
달려가야만 할 것 같다
어둠과 빛을 뚫고
집과 나무와 사람
숨결 사이로
가슴속에 길이 뚫린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소음 속에 훵하니
끝없이 고요한 길들
그 길에 발 딛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 | 신문지 | 김혜령 | 2004.10.30 | 632 |
30 | 날개소리 | 김혜령 | 2004.12.08 | 749 |
29 | 나무와 새 | 김혜령 | 2005.06.22 | 694 |
28 | 바커스병과 우거짓국과 초록별 | 김혜령 | 2005.07.26 | 1299 |
27 | 개미들 | 김혜령 | 2006.04.05 | 1146 |
26 | 나무 이야기 | 김혜령 | 2006.07.06 | 715 |
25 | 동물원에서 | 김혜령 | 2006.07.10 | 795 |
24 | 여름 해 | 김혜령 | 2006.07.14 | 626 |
23 | 뚝! | 김혜령 | 2006.08.29 | 558 |
22 | 햇빛 속에 | 김혜령 | 2006.08.31 | 752 |
21 | 은어사전-1 | 김혜령 | 2006.10.11 | 629 |
20 | 은어사전-2 | 김혜령 | 2006.10.11 | 611 |
19 | 은어사전-3 | 김혜령 | 2006.10.11 | 830 |
18 | 은어사전-4 | 김혜령 | 2006.10.11 | 919 |
17 | 은어사전-5 | 김혜령 | 2006.10.11 | 769 |
16 | 은어사전-6 | 김혜령 | 2006.10.11 | 896 |
15 | 은어사전-7 | 김혜령 | 2006.10.11 | 955 |
14 | 은어사전-8 | 김혜령 | 2006.10.11 | 1015 |
» | 바람 | 김혜령 | 2006.12.04 | 874 |
12 | 겨울 화단에서 | 김혜령 | 2006.12.06 | 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