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의 문

2007.01.10 04:24

김혜령 조회 수:866 추천:139

아이는 잠을 잔다.
온종일 세상을 보느라 쉼 없이 팔락였을
깃털 같은 눈썹을 곱게 드리우고,
온종일 세상의 숨결 속을 바람개비처럼 달려
꽃같이 붉어진 뺨을
내 빈 손바닥에 묻고.

이럴 때 아이는
턱없이 믿는 것 같다.
제 엄마를,
제 엄마라는 문 뒤의 세상을.

이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주나.
엄마도 그 세상
잘 모른다고.
엄마도 살면서
수많은 함정과 덫에 걸려 넘어졌고,
이유도 생김새도 모르는 그것들
잡초처럼 내 안팎에 무성한 그것들을
어떻게 피하는지
나라는 문은 어떻게 생겨
어디로 통하는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그래서 때로는 잘못 열리는 문이기보다
부서지는 그날까지
시린 바람 한 점이라도 막아주는
벽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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