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2010.05.21 00:00

구자애 조회 수:750 추천:66

배롱나무처럼 매초롬한 자리였다면 기생할 생각이 없었을 것인데
오동나무처럼 텅텅 소리를 내며 쑥쑥 자란 결 고운 자리였다면 아예
관심조차 갖지도 않았을 것인데 아무도 넘볼 것 같지 않은 따대기가
잔뜩 앉은 이 자리에 안온히 살아볼 생각이었던 것인데 진부한 평화
에 그냥 길들여지고 싶었던 것인데 실은 젊음의 치기였던 것인데.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곳에 하루치의 욕망이라도 피워볼 생각
이었던 것인데 그래서 문득 오기가 난 것인데 나이테가 문대질 때까
지 내 생을 닦아본  것인데 살갗이 툭툭 터지도록 발광을 해본 것인데
언제부턴가 제멋대로 생긴 한 시절이 새록새록 영글기 시작한 것인데
토실토실한 향기가 씀벅씀한 가슴을 쓸어 내리기 시작한 것인데
사람들이 슬슬 나의 향기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인데 유용하다는 것은
가치가 있다는 것인데.
  그럼, 나는 寄生이 아니고 自生이었던 것인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 카츄마레이크 구자애 2010.09.07 1252
59 미안하다 [1] 구자애 2011.12.04 994
58 억새꽃 구자애 2007.11.09 981
57 나를 본다 구자애 2010.06.20 910
56 니들이 노란주전자의 맛을 알어? [1] 구자애 2011.03.06 832
55 밤꽃 구자애 2010.05.17 802
54 모퉁이의 눈물은 달다 구자애 2009.05.01 761
53 춤을 추어요 구자애 2006.12.05 751
52 *오마갓 구자애 2011.01.26 751
» 모과 구자애 2010.05.21 750
50 * 시절같은 눔 구자애 2010.06.16 744
49 그거 알아요? 구자애 2009.04.23 740
48 * 멜랑콜리아 패러디 구자애 2010.06.07 722
47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구자애 2011.10.16 685
46 밤마다 시동거는 남자 구자애 2010.01.05 682
45 뒤집어 보기 구자애 2007.10.31 680
44 등 굽은 소나무 구자애 2010.03.15 678
43 Desert gold 구자애 2008.04.06 659
42 전 화 구자애 2007.10.10 658
41 말렝카 [1] 구자애 2010.02.19 653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15,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