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2010.05.21 00:00

구자애 조회 수:794 추천:66

배롱나무처럼 매초롬한 자리였다면 기생할 생각이 없었을 것인데
오동나무처럼 텅텅 소리를 내며 쑥쑥 자란 결 고운 자리였다면 아예
관심조차 갖지도 않았을 것인데 아무도 넘볼 것 같지 않은 따대기가
잔뜩 앉은 이 자리에 안온히 살아볼 생각이었던 것인데 진부한 평화
에 그냥 길들여지고 싶었던 것인데 실은 젊음의 치기였던 것인데.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곳에 하루치의 욕망이라도 피워볼 생각
이었던 것인데 그래서 문득 오기가 난 것인데 나이테가 문대질 때까
지 내 생을 닦아본  것인데 살갗이 툭툭 터지도록 발광을 해본 것인데
언제부턴가 제멋대로 생긴 한 시절이 새록새록 영글기 시작한 것인데
토실토실한 향기가 씀벅씀한 가슴을 쓸어 내리기 시작한 것인데
사람들이 슬슬 나의 향기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인데 유용하다는 것은
가치가 있다는 것인데.
  그럼, 나는 寄生이 아니고 自生이었던 것인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 캐롤이 있는 밤 [1] 구자애 2011.12.07 698
59 미안하다 [1] 구자애 2011.12.04 1051
58 사랑방식 5 구자애 2011.10.22 680
57 사랑방식 4 구자애 2011.10.22 587
56 인형놀이 구자애 2011.10.21 642
55 다 저녁, 숲에 드네 구자애 2011.10.16 609
54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구자애 2011.10.16 742
53 그림을 읽다 구자애 2011.10.16 404
52 카츄마레이크 구자애 2010.09.07 1294
51 나를 본다 구자애 2010.06.20 952
50 * 시절같은 눔 구자애 2010.06.16 781
49 느티나무 성전 구자애 2010.06.11 664
48 * 멜랑콜리아 패러디 구자애 2010.06.07 756
» 모과 구자애 2010.05.21 794
46 밤꽃 구자애 2010.05.17 839
45 부채이야기 구자애 2010.05.14 600
44 문득, 구자애 2010.04.19 642
43 척추 세우는 아침 구자애 2010.04.17 631
42 등 굽은 소나무 구자애 2010.03.15 720
41 말렝카 [1] 구자애 2010.02.19 692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2
전체:
26,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