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세우는 아침

2010.04.17 11:06

구자애 조회 수:631 추천:63

몸 속의 뼈들이
도저히 못참겠다고 시위를 한다
틀어진 척추, 어깨 엉치뼈까지 물고 늘어진다
아무리 좋은 차도 3000 마일에 한 번씩
오일체인지를 해 준다
길 가에 가로수도 봄이 오면
올곧은 고갱이 위해 가지치기를 해 준다
수 십 년을 머슴도 아닌데 너무 부려먹었다
뿌리 흔들리지 않게 거름주고 다지는 일
그동안 서툴고 게을렀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운동밖에 없다고 의사는 말한다
내게 있어 여분의 시간은 어둠 뿐이므로
아침 저녁으로 어둠을 걷는다
어둠을 걷다 보니
깨닫지 못했던 말씀 하나 보인다
모든 것은 어둠으로 부터 온다는 것
천지가 열리기 전에도 어둠
인류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도 어둠
싹이 돋아 우둠지 되기 전에도 어둠
별이 유난히 반짝이는 것도 어둠 때문이고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어둠이었다

새벽을 걸어 척추 세우는 아침,
어둠을 거둬내며
몸 속에 들떠있던 뿌리들 제자리 찾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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