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환아

2004.03.26 17:20

예숙 조회 수:224 추천:13

누적된 피로로 너무 지쳐 있어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기필코 원 없이 한번 자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 저녁 너를
우연히, 정말 기가 막히게 우연히 만나고 돌아와 너의 홈페이지를 열어보곤 충격과 부끄러움과 후회화 열등감(?)으로 새벽을 태우고 있는 중이다. 네가 병상에서 보낸 그 처절하게 아프고 고독했던 시간속에 나는 전혀 없었음이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해
내 자신이 무지하게 싫어졌다.
용서해라.
그 땐 내 삶의 무게가 지금보다 훨씬 버거워서 어느 누구도
안아주거나 어느 누구에게도 안겨볼 생각을 못하고 마냥
치열한 일상만 살고 있었단다.
네가 혼자 지나가야 했던 그 좁고 캄캄하고 긴 터널속에서
그래도 말씀의 빛을 놓치지 않았던 너의 늠름함이 나를
참 초라하게, 작아지게 만들더구나.
장하다, 미환아.
근데 현미랑은 그동안도 계속 연락하면서 지낸거니?
너희들 30년 우정 대단히 질기고 징허다.
옛날(정말 옛날이 됐구나)에 현미가 미국에 다니러 왔을 때
너희 집에 들렀다가 나랑 현미가 디즈니랜드에 가는데 너는
만삭이라 같이 갈 수 없다고 남편한테 괜히 투정부리고
귀여운 척 했던 거 생각나니?
그 때 뱃속에서 네 발목을 잡고 있던 녀석이 오늘 본 유진이
였구나. 너무 잘 생겨서 샘났다.
나보다 잘난 너,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유식한 너, 나보다
훨씬 잘나가는 너,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너, 나보다
훨씬 하나님이랑 친한 너, 나보다 훨씬 폼나게 살고 있는 아줌마 김 미환 너.
너를 만나고, 너의 시를 만나고, 너의 살아온 날들을 만난
오늘밤, 나는 충격으로 떨고 있다는 걸 네가 알랑가 몰라.
조만간 한번 만나서 찐한 커피 한잔 때리면서 30년전의
그 호들갑 스럽던 여중생으로 돌아가보자.
고맙다, 미환아. 잘 참아내고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 나에게
보여줘서. 그리고 .... 미안하다.
화이팅이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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