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럴까?
2007.08.31 05:21
내가 왜 이럴까.
가까운 친척이 한국의 정치판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터라 어제부터 줄곧
한나라당 경선이 어찌 끝났는지 궁금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문을 줏으러
대문 밖으로 나가 보았지만 오늘따라 늦다. 6시가 되면 어김 없이 떨어져 있던
것이. 10시가 되어도 도무지 오질 않는다. 답답하여 동네 지국 배달부에 전화를
했다. 경선 결과가 어제 밤에 나온 덕에 인쇄가 늦어져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대
답에. 마음을 접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12시가 지나고 1시가 되어도 기
척이 없어 또 전화를 했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메시지 남기라는 녹음 뿐. 이번에
는 본사로 다이얼을 돌렸다. 본사에서는 지국 상황을 잘 모르니 확인해 보겠다고
한다. 현관문을 들락거리며2시를 넘기자 이상한 오기가 생긴다. 지국에다 또 전
화를 했다. 배달은 엘에이 타임즈에서 하기 땜에 잘 모르겠다는 상냥한 여직원의
대답에 갑자기 화가 났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 그냥 인터넷에 들어가 보고 말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마음 밑바닥에서 피어 오르는 생각과는 달리 입에서는 찬
바람이 나왔다. “ 배달을 누가 하는 것까지 저희가 알 필요는 없죠. 다만 구독자니
까 신문 배달 안 된걸 말씀 드리는건데. 어떤 방법으로던 오늘 배달을 해 주시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특히 오늘같이 중요한 기사가 나가는 날 배달이 안 된
다는 건 말이 안되죠.” 질서 정연함이 하늘을 찌르는 아줌마의 논리가 너무 더워
땀 흘리는 목소리. “ 죄송합니다. “
수화기를 놓고 나니 괜히 마음이 찝찔해진다. 도토리 껍질처럼 딱딱한
내 말의 감촉이 상대방의 오후를 휘젓고 있지 않을까. 마음이 편치 않다. 컴퓨터
만 켜면 온갖 신문사들의 기사를 다 훓어볼 수 있는데. 굳이 사정이 있어 배달되
지 못하는 신문을 보겠다고 이렇게 심술을 부리고 있는 이유가 뭔가. 가슴 밑바
닥에서 또 다른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이층으로 올라와 컴퓨터를 켜고. 오늘의 뉴스를 대강 읽고 난 즈음.
딩동하며 현관벨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젊쟎은 아저씨가 배달이 안되
었다면서요? 하면서 비닐 봉투에 든 신문을 내미신다. 멕시칸들이 배달하기 땜
에 전혀 그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던 그 여직원은 전화를 끊고 얼마나 열심히 사
람을 찾았을까. 이 시간에. 어떤 일을 하시다가 이렇게 차출 되셨을까. 눈을 마주
칠 수가 없다. 성급하고 편협하고 아량이 부족한 얼굴이 부끄러워 고맙다는 인사
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고개를 모로 돌린 채 눈은 내려깐 채. 손만 내밀어 신문을
받고는 얼른 문을 닫았다. 그냥 참고 있을걸. 아침 내내 전화통을 붙잡고 신문, 오
직 신문에 목숨을 건 내 목소리에 읽던 책을 타악! 덮으며 힐끗 쳐다보던 아들의
눈빛도 오후 내내 마음에 걸린다.
가까운 친척이 한국의 정치판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터라 어제부터 줄곧
한나라당 경선이 어찌 끝났는지 궁금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문을 줏으러
대문 밖으로 나가 보았지만 오늘따라 늦다. 6시가 되면 어김 없이 떨어져 있던
것이. 10시가 되어도 도무지 오질 않는다. 답답하여 동네 지국 배달부에 전화를
했다. 경선 결과가 어제 밤에 나온 덕에 인쇄가 늦어져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대
답에. 마음을 접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12시가 지나고 1시가 되어도 기
척이 없어 또 전화를 했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메시지 남기라는 녹음 뿐. 이번에
는 본사로 다이얼을 돌렸다. 본사에서는 지국 상황을 잘 모르니 확인해 보겠다고
한다. 현관문을 들락거리며2시를 넘기자 이상한 오기가 생긴다. 지국에다 또 전
화를 했다. 배달은 엘에이 타임즈에서 하기 땜에 잘 모르겠다는 상냥한 여직원의
대답에 갑자기 화가 났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 그냥 인터넷에 들어가 보고 말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마음 밑바닥에서 피어 오르는 생각과는 달리 입에서는 찬
바람이 나왔다. “ 배달을 누가 하는 것까지 저희가 알 필요는 없죠. 다만 구독자니
까 신문 배달 안 된걸 말씀 드리는건데. 어떤 방법으로던 오늘 배달을 해 주시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특히 오늘같이 중요한 기사가 나가는 날 배달이 안 된
다는 건 말이 안되죠.” 질서 정연함이 하늘을 찌르는 아줌마의 논리가 너무 더워
땀 흘리는 목소리. “ 죄송합니다. “
수화기를 놓고 나니 괜히 마음이 찝찔해진다. 도토리 껍질처럼 딱딱한
내 말의 감촉이 상대방의 오후를 휘젓고 있지 않을까. 마음이 편치 않다. 컴퓨터
만 켜면 온갖 신문사들의 기사를 다 훓어볼 수 있는데. 굳이 사정이 있어 배달되
지 못하는 신문을 보겠다고 이렇게 심술을 부리고 있는 이유가 뭔가. 가슴 밑바
닥에서 또 다른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이층으로 올라와 컴퓨터를 켜고. 오늘의 뉴스를 대강 읽고 난 즈음.
딩동하며 현관벨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젊쟎은 아저씨가 배달이 안되
었다면서요? 하면서 비닐 봉투에 든 신문을 내미신다. 멕시칸들이 배달하기 땜
에 전혀 그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던 그 여직원은 전화를 끊고 얼마나 열심히 사
람을 찾았을까. 이 시간에. 어떤 일을 하시다가 이렇게 차출 되셨을까. 눈을 마주
칠 수가 없다. 성급하고 편협하고 아량이 부족한 얼굴이 부끄러워 고맙다는 인사
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고개를 모로 돌린 채 눈은 내려깐 채. 손만 내밀어 신문을
받고는 얼른 문을 닫았다. 그냥 참고 있을걸. 아침 내내 전화통을 붙잡고 신문, 오
직 신문에 목숨을 건 내 목소리에 읽던 책을 타악! 덮으며 힐끗 쳐다보던 아들의
눈빛도 오후 내내 마음에 걸린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859 | 영리한 우리 엄마 (I) | 성민희 | 2007.08.31 | 46 |
| » | 내가 왜 이럴까? | 성민희 | 2007.08.31 | 49 |
| 3857 | 이런 날에는 연이 되어 | 김영교 | 2007.08.31 | 50 |
| 3856 | 전단지 | 장정자 | 2007.09.13 | 37 |
| 3855 | 아버지 | 성민희 | 2007.08.31 | 51 |
| 3854 | 일체유심조 | 배희경 | 2007.08.31 | 46 |
| 3853 | 너도 나중에 새끼 낳아봐. | 최향미 | 2007.08.31 | 47 |
| 3852 | 언제까지나 지워지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새는 | 곽상희 | 2007.08.31 | 55 |
| 3851 | 내가 이세상에서 첨 본 외국영화 - 금지된 장난 - | 이 상옥 | 2007.08.30 | 40 |
| 3850 | 코리아타운. (1) | 황숙진 | 2007.08.30 | 50 |
| 3849 | 영원한 삶에의 묵상 - 30 | 오영근 | 2007.08.30 | 98 |
| 3848 | 영원한 삶에의 묵상 - 29 | 오영근 | 2007.08.30 | 80 |
| 3847 | 솔 이슬 방울 | 김영교 | 2007.08.30 | 37 |
| 3846 | 사계(四季) | 정용진 | 2007.08.29 | 48 |
| 3845 | LA 문학 캠프 전야와 아침 8/17/07~8/18/07 | 이 상옥 | 2007.08.29 | 51 |
| 3844 | 이름 모를 아주머니와의 짧은 대화 | 권태성 | 2010.05.21 | 43 |
| 3843 | 외삼나무 곁에서 | 정문선 | 2007.08.28 | 50 |
| 3842 | 오래된 편지 | 한길수 | 2007.08.28 | 44 |
| 3841 | 바람이 남기고 떠나는 것 | 한길수 | 2007.08.28 | 48 |
| 3840 | 선인장과 항아리 | 박봉진 | 2007.08.28 | 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