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원에서-꽃들의 항변

2007.09.13 01:18

권태성 조회 수:90

여보게 주인장
가을의 문턱에 서서
내 비록 늙고 시들어
그대가 아끼는 뒷뜰의 정원에
밝고 화사한, 한 송이 꽃으로
당신에게
다가 갈 수는 없다 하여도

지난 봄, 여름
형형 색색, 요염한 자태로
당신의 마음을 사로 잡아
아침 저녁, 시도 때도 없이
그대가 보내는
그윽한 사랑의 눈길에
행복 했었다오!!

여보게 주인장
내 비록 늙고 시들었다 하여도
한 때는
벌 나비 유혹하던
화사한 한송이 꽃이었던 까닭은
단지, 그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만은 아니었으니

추운 겨울을 지나
지난 봄, 여름
온갖 정성을 들여
한 송이 꽃을 피운 까닭은
튼튼한 열매를 맺어
내년을 기약 하고자 함이 었으니
지나온 정리를 생각해서라도
너무 가볍게 내치지는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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