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과 햇빛-김동원
2012.01.04 06:14
물은 유리처럼 투명했다.
물이 물로 뛰어내려 물을 흔들었고
바람이 물결로 일으켜 세웠다.
바람이 물결을 흔드는 동안
이상하게 물이 아니라
빛이 불규칙하게 갈라졌다.
물이 아니라 빛이 고여 있었던 것일까.
바람이 허공을 흔들며 지나갔다.
물보다 더 투명했으나
허공의 어디에도 주름 하나 잡히지 않았다.
다만 나무들만 흔들렸고,
그때마다 나뭇가지를 따라
허공이 이리저리 갈라졌다.
계곡을 오르는 동안
물 속에 투명으로 고여있던 빛이 물결에 흔들렸고,
그러자 바람에 흔들리는 산속의 나무들이 모두
갈라진 허공의 금이 되었다.
유리를 투명의 세상으로 살아온 나는 걱정이 되었다.
금가면 깨어지는 것이 유리의 세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빛에 금이 가고 허공에도 금이 갔으나
그 어느 것도 깨지지 않았다.
금가면서 계곡물이 더 투명해졌고,
나무 줄기 위의 하늘도 더 투명해졌다.
투명한 것들은 투명을 지키면서 투명한 것이 아니라
투명에 금이 가면서 더욱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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