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영어 이름을 지어 준 사연
2007.09.06 01:01
지희선 선생님.
경상도 가시나 발음 땜에 야단 맞고 보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고향 떠난지 30년이 다 되건만 갈수록 더 심해지는 사투리를 어쩝니까?
-----------------------------------------------------------------
여고 동기 7명이 매달 세 번째 토요일에 만난다. 만나서는 늦은 점심 먹
고 커피샵에서 수다 떨다 헤어지는데, 이번 모임은 라구나 비치 호텔에
서 우아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근데 윤경이는 직장 관계로 참석이 어렵
다 하고, 성귀도 한국에서 오는 손님 땜에 못 오겠단다. 두 명이 참석을
못한다니 한쪽으로 김이 빠져 바다로 가는 건 취소하고, 우리 동네에
있는 비치 스파에 가서 벌거벗고 서로의 진실을 보이자는 내 의견에
낄낄거리며 모두들 동의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전화질을 해대야
하는데. 마침 남편이랑 외출하는 길에 전화가 왔다.
"응, 성귀구나. 못 와도 괜찮아. 다음 달에 보면 되지 뭐. 정자 만났다
고? 잘했다.”
성귀랑 정자는 한 동네 사는 덕에 항상 같이 오는데, 이번 모임에 참석
을 못해 미안하다며 경우 바른 성귀가 정자집에 김밥을 사 들고 가서 놀
다 왔단다. 전화를 끊고, 곧 정자한테로 전화를 걸았다.
"오늘 성귀가 놀러 왔담성? 걔는 못 오더라도 정자 너는 꼭 와야 한다.”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남편이 빙글빙글 웃음을 흘렸다.
"너그 친구들 이름이 다 와그렇노?"
정자라는 이름이 촌스럽단 소린가 싶어 대뜸 반박했다.
"와? 정자가 어때서. 그기 뭐가 촌시럽능교?"
" 성기에, 정자에--- 난자는 없나? 거기에 난자만 있으면 끝내주는데.
성기가 정자하고 난자 데리고 스파 가면 참 환상적이겠다."
집에 오는 내내 둘이서 마주보며 웃느라고 운전이 비틀비틀.
토요일. 친구들이 스파에 모였을 때 내가 막 고자질을 했다. 음식을
앞에 두고도 먼지가 펄펄 날리도록 모두들 데굴데굴 굴렀다.
찔끔 난 눈물을 닦으며 정자가 말했다.
"50평생 살아도 내 이름 가지고 그렇게 연상하는 것 처음이다 아이가."
"그기 문제인기라. 니가 와 하필이면 성귀 옆에 살아가지고---"
회장 격인 명자가 웃느라고 벌개진 얼굴로 정색을 하며 나무랐다.
"성귀! '귀할 귀'인데 경상도 가시나들 발음이 마, 멀쩡한 아~ 이름을
성기로 바까삐린기라. 가시나 너그들 발음 좀 똑바로 몬하것나."
지엄한 꾸중. 그러나 어쩌랴. 50년 넘게 굳어버린 발음을.
"우짜몬 좋노. 너그 둘 이름만 부를라카몬 자꾸 난자가 생각날낀데."
"이 나이에 이름을 새로 지을 수도 없고--- 할 수 없다. 영어 이름 하나
씩 만들자."
그래서 부모님이 지어주신 귀한 이름을 덮어줄 세련된 영어 이름들이 하
나씩 탄생했다.
성기(?)는 스텔라로, 정자는 죠이스로.
경상도 가시나 발음 땜에 야단 맞고 보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고향 떠난지 30년이 다 되건만 갈수록 더 심해지는 사투리를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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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동기 7명이 매달 세 번째 토요일에 만난다. 만나서는 늦은 점심 먹
고 커피샵에서 수다 떨다 헤어지는데, 이번 모임은 라구나 비치 호텔에
서 우아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근데 윤경이는 직장 관계로 참석이 어렵
다 하고, 성귀도 한국에서 오는 손님 땜에 못 오겠단다. 두 명이 참석을
못한다니 한쪽으로 김이 빠져 바다로 가는 건 취소하고, 우리 동네에
있는 비치 스파에 가서 벌거벗고 서로의 진실을 보이자는 내 의견에
낄낄거리며 모두들 동의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전화질을 해대야
하는데. 마침 남편이랑 외출하는 길에 전화가 왔다.
"응, 성귀구나. 못 와도 괜찮아. 다음 달에 보면 되지 뭐. 정자 만났다
고? 잘했다.”
성귀랑 정자는 한 동네 사는 덕에 항상 같이 오는데, 이번 모임에 참석
을 못해 미안하다며 경우 바른 성귀가 정자집에 김밥을 사 들고 가서 놀
다 왔단다. 전화를 끊고, 곧 정자한테로 전화를 걸았다.
"오늘 성귀가 놀러 왔담성? 걔는 못 오더라도 정자 너는 꼭 와야 한다.”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남편이 빙글빙글 웃음을 흘렸다.
"너그 친구들 이름이 다 와그렇노?"
정자라는 이름이 촌스럽단 소린가 싶어 대뜸 반박했다.
"와? 정자가 어때서. 그기 뭐가 촌시럽능교?"
" 성기에, 정자에--- 난자는 없나? 거기에 난자만 있으면 끝내주는데.
성기가 정자하고 난자 데리고 스파 가면 참 환상적이겠다."
집에 오는 내내 둘이서 마주보며 웃느라고 운전이 비틀비틀.
토요일. 친구들이 스파에 모였을 때 내가 막 고자질을 했다. 음식을
앞에 두고도 먼지가 펄펄 날리도록 모두들 데굴데굴 굴렀다.
찔끔 난 눈물을 닦으며 정자가 말했다.
"50평생 살아도 내 이름 가지고 그렇게 연상하는 것 처음이다 아이가."
"그기 문제인기라. 니가 와 하필이면 성귀 옆에 살아가지고---"
회장 격인 명자가 웃느라고 벌개진 얼굴로 정색을 하며 나무랐다.
"성귀! '귀할 귀'인데 경상도 가시나들 발음이 마, 멀쩡한 아~ 이름을
성기로 바까삐린기라. 가시나 너그들 발음 좀 똑바로 몬하것나."
지엄한 꾸중. 그러나 어쩌랴. 50년 넘게 굳어버린 발음을.
"우짜몬 좋노. 너그 둘 이름만 부를라카몬 자꾸 난자가 생각날낀데."
"이 나이에 이름을 새로 지을 수도 없고--- 할 수 없다. 영어 이름 하나
씩 만들자."
그래서 부모님이 지어주신 귀한 이름을 덮어줄 세련된 영어 이름들이 하
나씩 탄생했다.
성기(?)는 스텔라로, 정자는 죠이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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