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자전거

2007.09.24 19:04

성민희 조회 수:24 추천:6

어머니의 자전거 오늘따라 24Hr Fitness 홀이 텅 비었다. 하늘은 갑자기 쑥 올라가 버리고. 땅 속 깊이 머 물던 바람들이 몽땅 올라와 나무 가지를 흔들고 구름을 흔들고 세워둔 차들도 마구 흔들어대 니 사람들은 기계 위에 까지 올라가 흔들리고 싶지 않은지 예전 같으면 왁자할 시간인데도 조용하 다.  어머니가 먼저 오셨을까? 수영장 창으로 들여다보니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알록달 록 꽃무늬 수영복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시는 어머니 대신 빼빼 마른 한국 남자와 머 리에 고무 모자를 눌러쓴 백인 할머니 두 사람이 풍덩거릴 뿐.  노인복지관에서 오는 버스가 조금 늦나 보다.  먼저 들어가서 수영하고 있을 양으로 풀장으로  향한 좁은 복도를 걸어 가는데 어디서 “희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왼쪽은 선전 문구가 얼룩덜룩 붙은 벽이고 오른쪽으로는 운동 기구 방 인데 어디서 들리는 소린가 갸웃거리니“여기! 여기!”.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혼자서 휑한 운동기구 방 복판 자전거 위에 앉아 계신다. 빨간 구 두에 긴치마. 깨끗한 버버리 고유 의 체크 무늬가 어머니 허벅지 위에서 둔하게 펄럭이고 있 다. 장난스레 웃으시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자전거에 나도 걸터 앉았다. 수영장으로 가다 자전거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들어오셨단다. “나도 옛날에 자전거 많이 탔다.” 그 시절에 여자가 자전거를 탔다니 믿기지 않아 쳐다보니 어머니 얼굴은 어느 새 17세 수줍은 처녀로 돌아가 있다. 4살때 부모님과 함께 일본으로 가셔서 19살때 결혼하고 한국으로 나오신 어머니는 평 소에도 일본에서 살던 시절을 자주 떠올리셨다. 막내 동생을 앞자리에 앉히고 뒤에는 짐을 실은 채 시장을 다녀오던 씩씩한 시절도 있었노라는 말씀을 하시는 얼굴에는 살며시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누나를 따라다니던 동생들도, 참 예쁘다는 칭찬을 해 주시던 어른들도, 자전거를 날렵하게 몰던 기억도 선명하게 눈 앞에서 펼쳐지는지 철커덩 철커덩 어머니의 자전거가 점점 빨라진다. 아직도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앳된 소녀가 얼마나 그리우시면 어두컴컴한 방 낯선 기계 위에 혼자 앉아 이렇 게 페달을 돌리실까. 돌아보니 어머니의 옆모습이 갑자기 부옇게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