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원에서-잡초들의 항변

2007.10.10 08:07

권태성 조회 수:47 추천:1

여보게, 주인장
내 비록 이 세상 어디에도
반기는 이 하나 없어
정처 없이 허공을 떠돌다가
그대가 아끼는 정원에
어렵게 뿌리를 내린
우리의 만남은, 결단코
우연만은 아닐 것인 즉

아침 저녁, 시도 때도 없이
그대가 보내는 증오에 찬 눈길
한 순간인들 편한 날이 없나니
이왕지사, 그대와 맺은 인연
이 잡초의 짧은 한 평생
불쌍히 여기사, 단 한번 만이라도
그대의 따뜻한 사랑의 미소
받아 보고 싶은 간절한 이 마음

내 비록 그대의 정원을 빛내는
아름다운 꽃이 될 수는 없지만
그대가 나에게서 얻을 것이
전혀 없다 할 수는 없을 것인 즉
따뜻한 손길 한번 받아 보지 못해도
이 세상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는
우리들의 끈질긴 생명력
그대도 살다 보면 한번쯤
잡초 같은 인생
살아 볼 날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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