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을 오르며

2007.10.12 08:47

이용애 조회 수:4

  
가을산을 오르며

                   이 용 애

백양나무 모여선 숲에서
빛 바랜 잎 사이를 굴러
가을빛이 내려앉는다

반짝이는 개울물이
바윗돌을 쓰다듬으며
골짜기 안을 가득
물소리로 채운다

나무와 바윗돌뿐인 청중 틈에
낯선 내가 끼여든다
산을 오르느라 숨찬 가슴
쓸어 내리며
그들과 한 패거리가 되어
골짜기를 굴러 내린다

바윗돌에 부딪히며
나무뿌리에 휘감기고
이끼도 살짝 간질러 보면서
나도 물이 되어 흐른다

실핏줄을 말갛게 들어낸
노란 단풍잎 하나
작은 물웅덩이 위에서
뱅뱅 맴을 돈다
나도 단풍잎 따라
물위를 맴돈다

가을 길에서 만난
속 빈 두 나그네가
갈 길 까맣게 잊고

바람결 물살 따라
제자리 맴만 돌고 있다


  -- < 문학세계 > 2002 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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