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2007.10.15 17:52

채영식 조회 수:23 추천:9

Rachel Lake-Rampart Ridge 지난 달 한 보름 정도 이모님댁이 있는 위싱턴주 타코마엘 다녀 왔습니다 이모님이라고 하니까 연세가 꽤나 드신 줄 아시겠지만 어머니와 사촌지간이라 저보다는 이모가 한 살 아래입니다 어릴 때 부터 친구처럼 같이 지내서 그런지 그 당시에는 이모라는 말 대신에 늘상 이름을 불렀지만 타코마에 가서는 밥도 맛있게 지어 주고 술마시라고 술안주도 만들어 줄 뿐더러 다 자란 애들이지만 애들도 있으니까 깍듯이 이모라고 예를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이모와 둘이 카지노에 가서 이모에게 팁을 날릴 때나 기분이 틀어지는 날이면 예전처럼 그냥 "김양"이라고 합니다 "김양"이라고 불러도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반가워서 그런지 싫은 기색 없습니다 이모가 발이 좀 넓습니다 발 넓은 이모와 타코마의 술집이란 술집은 거의 다 다녔었고 山을 좋아하는 조카를 닮은 탓인지 이모 역시 산을 좋아해서 이모와 산행도 했습니다 위의 사진이 지난 번에 이모와 같이 산행을 했을 때 찍은 산꼭대기에 있는 래이첼이라는 호수입니다 그 호수의 물빛... 저의 필력으로는 그 물빛을 표현해 내는 재주가 없습니다 북청색? 암청색? 한 일년 호수에다 트럭으로 잉크를 풀어 놓은 듯 합니다 그런 북청색 호수가 맑기는 또 얼마나 맑은지 모릅니다 이모와 같이 산행을 한 사람들이 점심을 끝내고 한 시간 더 산을 타겠다고 했을 때 물빛이 너무도 좋아 거길 떠나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 남아 호숫가 경치나 감상하고 있을테니 걱정 마시고 다녀들 오시라 했습니다 햇살 따사롭게 퍼지는 호수를 고즈넉히 앉아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갑자기 그 물빛을 몸에 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들어 갈까? 모르긴 해도 또 다시 여기 오지는 못하겠지 지금 저 호수에 들어가지 못하면 평생을 두고 후회하겠지 그래~~!!!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세월 다 간다 이제는 망설이고만 있을 만치 세월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주위를 한 번 휘~~~둘러 보았다 호수 건너 까마득히 먼 바위에 사람 모습이 보일 뿐 제 주위로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수영복? 산에 가는 사람이 미쳤습니까 수영복을 갖고 다니게... 에라 모르겠다 홀딱 벗고 하늘 향해 절 한 번 하고는 호수에 뛰어 들었습니다 몸이 얼음알처럼 맑고 차고 투명해진 걸 느끼며 한참을 물속에 있다가 나오는데 그때 마침 같이 산행을 했던 아지매 아저씨들과 이모가 산길을 나오다가 봤습니다 와우~~!! 끼야아~~!! 고백합니다 맑은 하늘 아래 그 너른 북청색 짙은 호수에 홀딱 벗은 알몸으로 잠시 仙人이 되었다가 환속했습니다 고백합니다 다음 고백은... 그것 역시 알몸 얘기군요 내가 아닌 어느 여인에 관한 것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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