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꿩은 우는데...

2007.10.15 18:24

채영식 조회 수:21 추천:7

해질녘 썰물인가 모든 게 내게서 쓸려 나간 것 처럼 도무지 마음 하나 둘 곳 없는 사람이 된 듯 어재서 마음이 이렇게 처연하고 무거운지... 며칠째 계속이다 이제는 일몰마져 두렵다 멍하니 서서 넋놓고 있다가 아무데도 오고 갈 곳 없는 사람이 되어 눈발같이 흩날리는 상념만을 안고 집을 나섰다 어디 됫 술 파는 집은 없을까 됫 술 속에 그리움을 담아 파는 집은 없을까 그리움을 마셔도 그리움 속에 그림자가 남는 집은 없을까 갈 곳이 마땅찮다 결국은 하네다(羽田) 바에 앉아서 산을 자빠트려 본다 한동안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구강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 찌르르했다 한 잔이 두 잔이 되는 건 술잔의 공식인가 空席의 공식인가 부어라 석 잔... 제껴라 넉 잔.... 山을 두 개나 넘고 나와서 하늘을 봤다 취(醉)하고 추(醜)하여도 하늘을 보고 싶건만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닌 하늘은 술취한 나를 비웃으며 그냥 하늘에 있다 이런 건가...? 하늘을 보려면 하늘만큼 높아야 하고 하늘을 가질려면 하늘만큼 넓어야 하나 하늘아래 살면서 하늘을 외면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사는 날 까지 하늘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면 그게 어디 하늘이라고... 마음은 이토록 질펀한데 걷고 또 그냥 또 그냥 걸어도 갈 곳이 없다니 술먹고 나니 세상 참 더럽다 이 따위 더러운 세상 눈에 뭐가 보일까 아무 데나 들어가 청보리 거품으로 명정을 하고 다시 또 걸었다 휘적휘적 절뚝절뚝 별이 조금씩 흔들렸다 별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가슴도 흔들린다 흔들리는 가슴으로 보고싶은 얼굴을 끄집어 냈다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녹아 내려도 보고싶단 말조차 대 놓고 못하고 살았는데 보고 싶은 마음에 차마 아무런 말 조차 못하고 살았는 데 하늘도 내것이 아닌 양 하는데 보고 싶은 얼굴이 어찌 내 것인가 보고 싶고 또 보고싶어 눈은 짓무르고 가슴은 휘청댄다 휘청대는 가슴으로 가로등을 붙잡고 잠시 하늘을 봤다 내 그리운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워서 그리워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 정녕 내 그리운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서럽고 원통하게 내 가슴에 묻힌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야하나? 그래 혼자면 어떠냐 온천지를 해갈을 하며 다녀보자 송방으로 갔다 송방(頌房)... 영어로는 song방이란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노래방 나처럼 나이 지긋한 사람은 송방 송방이면 어떻고 노래방이면 어떻냐 읽키지 않는 글은 장문(葬文)이요 들어주지 않는 노래는 장송곡 같다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노래를 혼자서 부르고 마시고... 북과 장구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있었다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할 뻔 했다 켄우드(KENWOOD)... 화요일은 눈물이 말라 마신다 집에서는 입도 안대는 술... 죽으나 사나 산만 자빠트리던 사람이 켄우드라는 포도주를 집에서 두 병이나 자빠트렸다 그 옛날 켄우드 하면 알아주든 음향기기였던가 켄우드 두 병을 자빠트렸더니 가슴은 스테레오로 울리고 그리움은 써라운드로 울렸다 이렇게 보고싶어 어찌 살꺼나 이렇게 서러워서 어찌 살꺼나 산꿩은 토하며 울고 사는데 울고 산다고 토하는 게 멈출까? 산꿩은 이토록 울며 토하고 사는데 내일은 또 어디로 가서 어찌 살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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