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노 병원에서

2007.10.16 09:15

고현혜(타냐) 조회 수:16 추천:4

토끼같이 팔딱팔딱 뛰는 아이 세명을 데리고
시이모님께서 입원 하셨다는 양노병원을 찾아갔다.

복도엔 훨체어에 앉아 계신 노인분들
누군가 기다리다 동상이라도 되어 버린듯
움직이지도 않으신다.
갑자기 우당탕 복도를 뛰어 가로 지르는 아이들
소리에
감긴눈을 조금 떠보신다.

소란스런 아이들을 제지하려고
빨리 걷는데
한 할머니 내손을 낚아 채듯 잡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나도 저런 손자 손녀가 있다우.
아이고 아이들이 튼튼해 보이네.
몇 살인가.
우리 아이들도 나를 보러 오겠지.
암 오고말고."
이런 말씀이셨을까?

나는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이지만
무조건 예스 예스 하면서
그 할머니의 손을 잡아 드렸다.

얼마나 말씀이 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얼마나 사람이 그리우셨던 것일까

시이모님 병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차가운 세븐업을 마시면서
할머니 곁에서
더위를 식히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보고 계시는
이모님 눈에
생기가 도신다.

할머니 손등에 키스를 하고
조용히 걸어 나가라는 주의에도 불구하고
우당탕 뛰어 나가는 아이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노인들의
눈길...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셔서
함께 뛰어 나가실것 같기만 하다.

기다리시다 못해
보고싶은 사람들을 찾아 나설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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