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선 오페라가...

2004.01.08 10:44

이성열 조회 수:349 추천:31

나는 1년에 두 번 치과에 간다
한국말이 서툰 의사의 말처럼
6 달 동안 쓴 이빨들을
가지런히 다듬어주기 위해서

내 치아는 어릴 때 잘못 간수하여
많이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냥 아래윗니를 백 번 정도 씹듯이 맞춰주면
매번 이를 닦을 필요가 없다고
아는 체 하는 친구가 잘못 일러준 탓 에

치과에선 언제나 오페라가
저음으로 은은하게 깔려 나오고 있다

나는 하마처럼 한없이 입을 크게 벌리고
의사는 내 입안을 악어새처럼
쪼아대고, 갈아대고, 긁어댄다

내 등짝은 감전된 철판처럼
오싹오싹 달아올라도 어떤 묵계에 의해
나는 소리지르거나 불평하지 못한다

저 이름 모를 소프라노 또는 테너 가수가
나를 대신하여 소리지르고 현악기들은
내 신경 줄처럼 긁는 소리를 내고 있다

나는 입을 벌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어떻게 동물들은 평생 치과에 가지 않고도
날카로운 이빨들이 무뎌지지 않는지,
재주 좋은 사람들이 왜 영양제를 삼키듯
편한 치아 관리법을 모르고 있는지,
은퇴 후 보험이 없어진 후엔 어째야 하는지,
죽을 사람이 보약 먹듯 종국엔 하나 둘 빠져버릴
이들을 위해 우리 모두는 왜 이 고생을 하는지

1년에 두 번 이런 사색을 위하여
입을 벌리고 누워서 오페라가 치과에선
가장 합당한 음악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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