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나무
2009.11.24 11:59
육 백 년을 살았다
봐서는 안될
해서는 안될
들어서는 안될 일들
말하지 않으련다
내 발 밑에 엎드려 쏟아냈던
폭포수 같던 눈물
내 팔에 매달려 토해냈던
우레와 같은 신음들
울면서 빌고 빌면서
올린 기도가
그저 저 들꽃들이
바람으로 메아리치는 것만으로도
벅차지 않으랴
더러는 참수형* 당하고
더러는 잠수형** 당하고
더러는 교수형***으로
나의 팔과 손과 몸은
더럽혀진 죄로
굽은 허리 한 번 펴지 못했다
해마다 꽃 피고 잎들 무성한데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저 들꽃들이 부러워
허리 펴고 기침 한 번 하지 못하고
나는 벼락 맞아 죽었다
서서 죽었다
*,**.***병인 박해때에 천 여명의 천주교인들을
호야나무(회화나무)에서 처형한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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