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본다
2007.01.31 10:47
그 사람, 본다
폭우가 지나간 숲으로 들어서다
걸음을 멈춘다
길 한 가운데 커다란 웅덩이 하나 생겼다
돌아갈 길 찾아 서성이다 웅덩일 들여다 본다
사방에서 흘러왔을 흙탕물이 가득 고여있다
맑다
맑아, 바닥까지 보인다
아하, 흙탕물도 제 몸 다스려 내려 놓으면
저리 맑아지는구나
맑아, 이 어스름 저녘, 한 풍경 담아내는구나
그런 사람을 알고 있다
별명이 흙탕물이였던 사람
성정이 급하고 괴팍하여 쉽게 상처주고 상처받던 사람
제 맘 다스리는 길 찾아
숲으로 들어가버린,들어가 이제는 아주 숲이 되어버린 사람
눈을 들어 숲을 바라본다
건느지 못한 마음이
물살을 휘젓고 있는 사이
한 그림자 물속으로 들어와 선다
저녘빛 물속으로
물속보다 더 깊이 거꾸로 서서는
눈을 들어 멀리, 숲너머 숲을 바라본다
그 사람 보았으니
오늘은 숲에 들일 없겠다
하늘이 어두워가는 동안
웅덩이 물 말라가는 동안
굴뚝처럼 서 있던 그 사람
모습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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