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본다

2007.01.31 10:47

이윤홍 조회 수:280 추천:22




          그 사람, 본다




          폭우가 지나간 숲으로 들어서다
          걸음을 멈춘다
          길 한 가운데 커다란 웅덩이 하나 생겼다
          돌아갈 길 찾아 서성이다 웅덩일 들여다 본다
          사방에서 흘러왔을 흙탕물이 가득 고여있다
          맑다
          맑아, 바닥까지 보인다
          아하, 흙탕물도 제 몸 다스려 내려 놓으면
          저리 맑아지는구나
          맑아, 이 어스름 저녘, 한 풍경 담아내는구나

          그런 사람을 알고 있다
          별명이 흙탕물이였던 사람
          성정이 급하고 괴팍하여 쉽게 상처주고 상처받던 사람
          제 맘 다스리는 길 찾아
          숲으로 들어가버린,들어가 이제는 아주 숲이 되어버린 사람        

          눈을 들어 숲을 바라본다
          건느지 못한 마음이
          물살을 휘젓고 있는 사이
          한 그림자 물속으로 들어와 선다

          저녘빛 물속으로
          물속보다 더 깊이 거꾸로 서서는
          눈을 들어 멀리, 숲너머 숲을 바라본다

          그 사람 보았으니
          오늘은 숲에 들일 없겠다

          하늘이 어두워가는 동안
          웅덩이 물 말라가는 동안
          굴뚝처럼 서 있던 그 사람
          모습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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