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이머 환자
2009.11.24 15:33
신경망 그물코 몇 줄
오늘도 뚝뚝 끊어졌다
달렸던 이야기들이
깊은 바닥으로 후드득
곤두박질한다
밤 세며 외웠던
세상 법칙들
사랑 법칙들
소리 없이 죽어가고
슬퍼할 무덤 하나
없다
무겁던 우리 사랑이
날라간다 가볍게
하늘을 오르는
풍선, 다시
잡아 맬 수 없는
줄,
멀어지는 점..
그물 줄은 여기 저기 툭툭 끊어지고
어느새 나는
낯선 사람들 가운데 와있다
자꾸 가까이 얼굴을 디미는
근심 어린 눈빛들에
나는 말을 잊는다
줄은 자꾸 끊어진다
이름이 무어냐고
부드럽게 묻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를 곰곰이 궁리하다
거울 속의 한 늙은이를 보며 묻는다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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