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에게

2009.11.24 17:40

박정순 조회 수:66

미안하다. 너의 꽃다운 나이 상관없이 요절을 단행케 했던, 이 넓은 땅덩이 위에 하필이면 내 집, 나의 싱크대 밑 그곳을 놀이터 삼아 밤마다 놀러 올게 뭐였니 미안하다 널 유혹한 맛있는 치즈 뒤에 따라온 한마디 유언조차 허락하지 않은 내 잔임함이 미안하다 덫에 걸려 있는 너의 맑은 눈에선 삶의 원망도 분노도 없이 그렇게 생을 하직했는데.. 미안하다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한 너를 아가의 주먹보다 작은 너를 단지 내 영역으로 놀러 왔다는 죄명으로 널 보내며 이다음 윤회의 돛배 타고 이승에서 못다한 꿈 환생하여 펼치라고 비는 내 위선이 미안하다. 2001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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