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상
죄인 하나 여기 섰노라
무서리 내리는 캄캄한 골짜기
홀로 선 입불상처럼
속 검은 죄인 하나
서 있노라
이마에서 발끝까지
눈비바람 섞어 쳐도 씻기지 않는 죄얼
꿈쩍 않는 육신의
생애가 눈물겨워
백 년을 하루같이
일렁이는 울음으로 숨어 숨어 가다보면
우주의 어느 구석 누구의 뒤 안에
뉘우쳐지는 길도 있는가
죄의 살에 바람 스치면 파르르 떠는 이끼들과
주홍보다 붉은 심장 그대로 흰눈 녹아 흐르는
저 하늘 끝까지 걸어 오르고 싶은 이 죄인
떨어지기 어려운 두 발로
여기 서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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