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마당에
우리 집 앞마당에
오렌지나무 한 그루와
자카란다 한 그루가
남매처럼 다정히 서 있다
오렌지나무는 이사 오기 전부터 있었지만
자카란다는 내 환갑에 아내와 함께 심었다
이 집의 전 주인은 미국이름을 가진 김 사장이고
그의 부인은 인기연예인 염복순 씨인데
그 부부는 집을 팔면서 집 자랑은커녕
오렌지 맛은 세상에서 제일일 거라고
내 귀에 못을 박았다
이 오렌지 맛을 본 내 누이는
이런 나무를 제 집에도 심고 싶어
가지를 꺾어다가 심어놓고 영양분을 주어보고
자라기를 기다렸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씨가 있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사반세기가 흐른 어느 날 아내의 입에서
오렌지 씨 하나가 나왔는데, 호기심에 싸여
곧 바로 누이 집으로 실려가서 화분에 심기어져
얼마나 누이 속을 달구는지 온몸을 달구더니
드디어 싹이 나왔다고, 싹이 나왔다고
누이 속까지 오렌지가 되는가 싶은 것이다
우리 집 앞마당 자카란다는 해마다 그 오렌지 맛을
고운 보라꽃빛 눈치로 전해 주는데
새 다람쥐 고양이들과 오렌지 맛을 아는 우리들 곁에
하늘을 찌를 듯 쭉 뻗은 일곱 그루의 상록수는
마당 가에 넓고 긴 그늘이랑 바람을 내려
온 몸을 시원하게 간지러주는구나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하늘을 우러르면
저 하늘 끝에 우리 집 앞마당이 또 하나 펼쳐 있고
거기 물끄러미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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