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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운문 우리 집 앞마당에

2016.12.07 09:52

최선호 조회 수:5

 

 

우리 집 앞마당에  

 

 

 

우리 집 앞마당에

오렌지나무 한 그루와

자카란다 한 그루가

남매처럼 다정히 서 있다

오렌지나무는 이사 오기 전부터 있었지만

자카란다는 내 환갑에 아내와 함께 심었다

이 집의 전 주인은  미국이름을 가진 김 사장이고

그의 부인은 인기연예인 염복순 씨인데

그 부부는 집을 팔면서 집 자랑은커녕

오렌지 맛은 세상에서 제일일 거라고

내 귀에 못을 박았다

이 오렌지 맛을 본 내 누이는

이런 나무를 제 집에도 심고 싶어

가지를 꺾어다가  심어놓고 영양분을 주어보고

자라기를 기다렸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씨가 있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사반세기가 흐른 어느 날 아내의 입에서

오렌지 씨 하나가 나왔는데, 호기심에 싸여

곧 바로 누이 집으로 실려가서 화분에 심기어져

얼마나 누이 속을 달구는지 온몸을 달구더니

드디어 싹이 나왔다고, 싹이 나왔다고

누이 속까지 오렌지가 되는가 싶은 것이다

우리 집 앞마당 자카란다는 해마다 그 오렌지 맛을

고운 보라꽃빛 눈치로 전해 주는데 

새 다람쥐 고양이들과  오렌지 맛을 아는 우리들 곁에

하늘을 찌를 듯 쭉 뻗은 일곱 그루의 상록수는

마당 가에 넓고 긴 그늘이랑 바람을 내려

온 몸을 시원하게 간지러주는구나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하늘을 우러르면

저 하늘 끝에 우리 집 앞마당이 또 하나 펼쳐 있고

거기 물끄러미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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