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쓴 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301 번지
국화 만발한 그 집에
미당이 살고 있었다
1958년 어느 날
나 혼자 미당 앞에 앉아 있을 때
미당은 웃음 밴 입술을 꽃닢 벌듯 열어
깊은 산 속 고요한 옹달샘을 만나면
그 샘에 괸 물은 모두 맑아만 보이겠지
그러나 그 맑은 안에 더 맑은 부분이 있어
정갈히 씻긴 조롱박을 기울여 떠내듯
세상사 중에 그런 부분을 물 뜨듯 떠서
때 묻지 않은 언어에 그득 붓는 거야
이 말에 금방이라도 그런 글을 쓸 듯하여
그날부터 반세기를 더 넘게 기울인 세월에
그 맑은 샘물은 떠지지 않아
하냥 기다려 서 있는데
아니야 진정 아니야
그 맑던 물은 마른지 이미 오랬고
옹달샘 그득 이끼만 무성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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