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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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김주경 시인론-2시집을 읽고

 

"불의 노래"에 피어오른 시정신

 

 

 

 시는 인생을 더욱 진실하게 아름답게 윤택하게 꽃피우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갈 봄 여름 없이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처럼 시는 무수한 인생의 품에서 피어난다. 산과 들에 피는 꽃은 그만한 세월이 지나면 자취를 감추고 말지만 한번 지어져 감동을 주는 시는 언제 어디서나 제 모습을 지키면서 멈춤 없이 그 비밀을 선사한다. 이토록 문학의 꽃으로 불리는 시는 한번 피어나면 시들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불의 노래를 듣고 있다. 불의 노래는 김주경 시인의 제2시집 제목이다. 일찍이 문학작품에서 가을 노래, 바람 노래, 칼의 노래 등의 제목을 보았지만 불의 노래는 처음인 듯싶다. 이 시집의 제목이 갖는 의미는 바로 김주경 시인의 가슴에 활활 타오르는 사랑, 꺼지지 않는 열정이다. 불길이 산으로 들로 하늘로 바다로 사람들의 심령 속으로 끝없이 번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 불을 끌 수가 없다.

 

  이 불길이야말로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낼 것이다. 위로와 소망과 빛을 더할 것이다. 이것은 김주경 시인의 심령의 샘에서 퍼올리는 인류를 향한 따뜻한 사랑이다. 이는 믿음으로부터 나온 사랑이다. 그 사랑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 불길 속에 예수 그리스도가 서 계시기 때문이다. 이것은 믿음을 통한 문학이 나타내는 값진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김주경 시인의 첫 시집 "춤추는 빛"에서 제2시집 "불의 노래"로 이어지는 그의 시세계는 한결 다양한 변화와 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심은 시인이 추구하는 절대자에 대한 끝없는 추구에 있다 하겠다. 영혼에 계시하시는 하나님, 자연 속에 나타나시는 주관자, 말씀으로 다가오시는 신의 임재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김 시인의 시의 행간마다 반짝이고 있다. 이것이 김주경 시인의 시 정신이다. 첫 시집이나 제2시집에서 볼 수 있듯이 절대자를 향한 불길이 벌겋게 타오르기 때문이다.  

 

  김주경 시인에겐 두려움이 없다. 천지의 주재를 목자로 연인으로 모시고 살기 때문이다. 믿음의 환경에 다윗처럼 여호수아처럼 담대하게 서 있는 시인이기에 더욱 믿음직스럽고 더욱 아름답고 더욱 뜨거운 불의 노래로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나 인생 사물에서 자연스럽게 정서를 구해내는 문학이야말로 좋은 문학이다. 기독문학의 자연스러움은 일반문학과 다를 바 없다. 물고기는 물을 헤엄치며 살지만 새는 창공을 날며 산다. 이처럼 일반문학과 가독문학을 물고기와 새를 구분하듯 분별해 본다면 조금도 부자연스러운 요소를 발견할 수 없다.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경건함으로 충만하다. 기독문학을 기독문학답게 제대로의 문학정신을 발휘하면 일반문학이 따르기 어려운 경지까지 그려내고 있음은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반문학이 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독문학은 자신의 신앙 대상인 절대자와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문학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인의 심령 가장 깊은 곳에서 퍼올리는 영적 산물이기에 영혼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이다.

 

  시인(詩人)은 시() 따로 사람() 따로가 아니다. 의인(義人)이 의() 따로 사람() 따로가 아니고 악인(惡人)이 악() 따로 사람() 따로가 아니듯이 시인은 두 개 의미의 합이 아니라 하나의 의미로 굳어진 말이다. 그러므로 시 다르고 그 시를 쓴 사람이 다르면 이치에 맞지 않다. 그 사람이 쓴 시에 그의 인품도 정비례해야 한다. 시에는 언제 어디서나 그 사람의 인생(人生觀)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 훌륭하면 그의 인생마저 훌륭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이 훌륭해야 그의 시도 훌륭하다.

 

  믿음 있는 시는 믿음 있는 사람의 작품이요, 믿음 있는 사람이 믿음 있는 시를 쓴다. 김주경 시인은 신앙의 사람이고 그의 시는 믿음에서 태어난 시들이다.

 

  나를 매소서

  당신의 영으로만

  숨결로만

  그 청명한 고뇌로만

 

  하늘의 고운 실로

  꿰옵소서

  

  눈에 어리는

  우수가 있다면

  받으리니

 

  영혼에 내리소서

  신의 성품에

  참예한 자 되오리다

 

  사랑이여

  눈꽃의 결정체 같은

  보드라운 날카로움이여

 

  영체에 꽂히소서

 

  신을 맞이한 거룩한 몸이

  꿈처럼

  날아가리다 날아가리다

  당신의 머무는 곳

  거룩의 보좌로

                                   - "신의 성품에 참예한 자" 전문

 

  이 시에서 보이듯이 "당신의 영", "청명한 고뇌", "하늘의 고운 실"들은 모두 당신의 소유이다. 이들에게 매임 받고 꿰임 받겠다는 기도로 올려지고 있다. 하나님의 성품에 참예하는 열망이 "당신의 머무는 곳/거룩의 보좌로"에까지 번지는 소망을 품은 시인은 "눈꽃의 결정체 같은 보드라운 날카로움의 사랑"을 찬양하며 간직하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꽃으로 젖어드는

  비를 맞고 싶었다

 

  꽃잎이 속눈썹에 내리면

  황홀해

  눈물이 날 것 같다

 

  허공 가득 아롱지는

  무희들의 축제

 

  내 속에서도

  꽃잎들이 춤을 추며

  비가 되어 내려온다  

 

  어느 때부터인가

  꽃으로 젖어드는

  비가 되고 싶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꽃으로 젖어드는

  비가 되고 싶었다   

                              - "꽃비" 전문 

 

  이 시의 첫 시상(詩想)은 비 내리는 모습보다는 꽃잎들이 비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져 내리는 극적(劇的)인 장면을 목격한 데서 연유했을 것이다. 떨어지는 꽃잎들을 비를 맞듯이 맞고 싶은 것이다. 눈물 날 만큼 그런 장면에 동화되고 싶은 시인은 결국 꽃으로 젖어드는 비가 되고 싶었다고 꽃비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고 있다. 이것은 주체(主體)와 객체(客體)가 동화(同化)되는 믿음의 감동작용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체인 신과의 합일을 꿈꾸는 객체인 시인은 떨어지는 꽃잎들을 눈에 보이는 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끝 연을 반복 연으로 더하였다.

 

  그대의 눈동자는

  짙푸른 에머랄드 호수

 

  그대의 날개는

  날렵한 아이보리 구름

 

  그대의 품은

  옥빛 하늘

 

  뚝뚝 떨어지는 향으로

  나를 적셔 주오                   

   

  사랑이여

  그대, 거룩한 나라의 임금

 

  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 지어 불러 주오

   

  맑은 물소리 나는 현악기로

  연주해 주오

 

  사랑으로

  가슴이 터진다 해도

  바라나이다

 

  축제의 밤에

  나를 초대해 주오

 

  사랑이여

  그대, 영원한 나라의 왕이시여

                                          - "축제의 밤" 전문

 

  밤은 길고도

  어두웠사옵니다

  반짝이는 몇 줄기 별빛만을

  가슴에 새기면서

  기다리던 여인들의

  탄식소리 깊어지기 전에

 

  오시옵소서

  전능왕 오시어서

  어둠 다스리시고

  천상의 빛들

  뿌리시옵소서

 

  영원을 기릴 사랑의 잔에

  포도주

  부으시옵소서

 

  등잔의 기름 넘치오니

  그리움의 불

  그으시옵소서

 

  랄랄랄랄라......신랑이여

  불꽃 같은 눈빛

  비추시옵소서

 

  천둥으로 부르시고

  꽃잎으로

  맞이하게 하옵소서

 

  당신들의 말들 윤기 나게 하사

 

  신부들을 태울 때에

  울음소리 우렁차게 하옵시고

 

  거룩한 포옹으로

  환희의 눈물

  강처럼 흐르게 하옵소서

                                         - "축배" 전문

 

  여기 보인 "축제의 밤" "축배"는 절대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편들이다. 절대자가 베푸는 축제의 밤에 초대받고 싶은 마음, 축배를 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기도로 올려지고 있다. 특히 전자는 사랑의 속성인 거륵한 나라의 임금/그대, 영원한 나라의 왕이 베푸는 축제의 밤에 참석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는 현세와 내세에 실현 가능한 신의 축복이다. 이를 가시적으로 노래하는 시인의 신앙세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축제의 밤"은 시인이 초대받고 싶은 열망이지만, "축배"는 절대의 사랑을 초대하는 마음이 가득하게 나타나 있다.

 

  오시옵소서

  전능왕 오시어서  

  어둠 다스리시고

  천상의 빛들

  뿌리시옵소서

                          -2

 

  전능왕을 시인의 나라에 초대하고 있다. 초대할 뿐만 아니라 "어둠을 다스리시고/천상의 빛들/뿌리시옵소서"라며 축배의 분위기 조성에 정성을 쏟고 있다. 3연에서는 "포도주를/부으시옵소서" 4연에서는 "그리움의 불/그으시옵소서" 그리고 5연에 이르러 축제의 절정이 이루어진다. “랄랄랄랄라......신랑이여"로 기쁨이 충일해 있다. 이는 전능왕인 신랑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영광과 기쁨은 또 무엇인가!

 

  불어오라

  저 사망 당한 자의

  영혼에

  따스한 호흡을

 

  슬픔의 늪에

  빠져 있는 영혼에

  찬란한 기쁨을

 

  외로움에

  젖어 있는 영혼에

  살폿한 위로를

 

  동서남북에서 불어와

  절망의 골마다 흔들어 다오

 

  도적 당한 마른 뼈들에

  소망의 살 덧입혀 다오

 

  불어오라, 생기야

  생명의 바람아

                                          - "생기야" 전문

 

  "영혼에/따스한 호흡을", "영혼에/찬란한 기쁨을", "영혼에/살폿한 위로를" 불어오는 생기는 과연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시인은 "동서남북에서 불어와/절망의 골마다 흔들어 다오"라고 노래하고 있다. 호흡, 기쁨, 위로가 동서남북 어디에 있는가? 무변광대한 신의 세계가 아니겠는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만이 생기요 생명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이 기운이야말로 살아있는 기운이다. 믿음과 인격을 겸한 생명의 기운이다. 그래서 "생기야"로 호칭하고 있는 것이다.  

 

  불멸의 산에 올라야 한다

  오르며

  신이 해어진다 해도

  가야만 한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숨이 차면

  조금 쉬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안개에 젖고

  바람에 흔들려도

  멈추지는 말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 하여

  없는 것은 아니다

 

  정상에 당도하여

  깃발을

  꽂아야 하는 것이다

                                - "불멸' 전문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멈추지 않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결국 삶의 정상에 올라 깃발을 꽂자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순수한 시정신에 비추어 자연의 섭리에 순응시키는 묘법을 보이고 있다. "비가 오면/비를 맞고//눈이 오면/눈을 맞고//숨이 차면/조금 쉬다가/다시 올라가야 한다"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패턴을 제시하면서 승리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에 얽매어 아옹다옹하며 사는 삶이 아니다. 여유롭게 살면서 그 위대한 불멸의 세계에 몰입하자는 정신이다. 인생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영원한 세계로의 초대인 것이다.

 

  영글어 터진 자리마다 

  새어 나오는 붉은 빛

 

  선혈을 닮은 듯

  그리도 붉게 울고 있음은

  오히려 기쁨으로 차오르려

 

  영혼을 향한 열정 묻어남은

  사랑으로 물들어 있었기에

 

  너무도 고와

  붉디붉은

  가슴에 기대어

  누군가 노래하네

                             - "루비" 전문

 

  보석 루비에서 붉은 빛이 난다. 루비가 붉게 울고 있다. 이렇게 시인의 눈에 비친 루비에서 영혼을 향한 열정이 묻어나고 있다. 이는 사랑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누군가 붉디붉은 가슴에 기대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보석 앞에서 시인의 상상이 아름답게 피어 또 하나의 영적(靈的) 보석을 이루고 있다. 정적(靜的)인 사물에서 동적(動的)인 기쁨, 열정, 사랑, 노래 등으로 보석의 변화를 보여 준다.

 

  장미 되고 싶었지만

  수국 되라

 

  매혹적인 빨강 장미이고 싶었지만

  꽃잎 많이 달린 보랏빛 수국 되라

 

  노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와

  어울리는 법 배우라

 

  가슴 가득

  별들 쏟아져 내려

  더러는 박히고

  더러는 떠 있었다

 

  보랏빛 광채 발하는 보석이라

 

  별이 된 꽃들과

  봄 하늘 누비며 춤추고 싶다

  하늘 진동하는

  별의 향으로 나르고 싶다

                                        - "보석" 전문

 

앞의 시 "루비"와 같은 보석을 다룬 작품이다. 루비에는 붉은 색만이 시에 곁들이고 있는데, 여기 보석에는 빨강, 보랏빛, 노랑, 연분홍 등 다채로운 색상들이 나타나 있다. 이것들은 보석이 갖는 특성을 살리는 요소들이다. 뿐만 아니라 장미, 개나리, 진달래 등의 꽃들도 등장하고 있다. 보석이 갖는 미적(美的취향(趣向)을 확산(擴散)해 내는 시인의 안목이다. 더구나 이것들에게 서로 어울리는 법을 배우라고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끝나지 않고 결국 "하늘 진동히는/별의 향으로나르고 싶다"고 엄청난 비약을 보여 주고 있다.

 

  심장에서

  울려 나오는 실을 뽑아

  현 한 줄 마련하리이다

 

  가늘지만

  단단한 기도의 현으로

  노래를 지어 드리리이다

 

  환희의 눈물

  마음껏 흘리리이다

 

  꽃의 노래와

  나무의 향으로 띄우리이다

 

  왕의 제단에 드리려

  뜨거운 피 한 줄로

  사랑의 찬미

  곱게 곱게

  연주해 바치리이다

 

  기도의 현에서 울리는

  실바람 소리

  마음껏 흠향하시옵소서

                                         - "기도의 현" 전문

 

  "왕의 제단에 드리려" "심장에서/울려나오는 실을 뽑아/현 한 줄 마련하리이다", "단단한 기도의 현으로/노래를 지어 드리리이다", "꽃의 노래와/나무의 향으로 띄우리이다", "뜨거운 피 한 줄로/사랑의 찬미/곱게 곱게/연주해 바치리이다"라고 절절한 정성으로의 헌신을 보이면서 왕께 '마음껏 흠향하시옵소서"로 고하고 있다. 비록 자기의 소유일지라도 자기의 것으로 챙기지 아니하고 오직 왕께 드리기 위하여 모든 정성을 다하고 있다. 소박하게 시편마다 뜨거운 믿음을 담아내고 있다.

 

  그대, 영혼의 계곡에

  물 흐르게 하라

 

  시간의 일탈에 앞서

  꽃향기 진동케 하라

 

  꽃잎들

  흐드러지게

  무너져 내리게 하라

 

  순간으로

  영원을 꿈꾸게 하라

 

  슬픔의 곡예를 멈추게 하라

  짐 질 수 없는 고뇌일랑

  흐르는 물에 몸 담그게 하라

 

  오호라

  원래는 어여쁜 자였느니라

  곱디고운 아해였느니라

 

  무수한 꿈들

  오색찬란하게 영글어

  그 땅을 정복케 하라

 

  파릇한 새 싹이

  움트고 있다는 걸

  감지하게 하라

 

  영원 속의 찰나인 오늘

  새로운 향으로

  천연의 빛 예리하게

  반짝이게 하라

 

  그대, 열정의 심지에

  그빛 불붙게 하라

 

  타오르게 하라

                                      - "예지" 전문

 

  이 시에는 "하라"를 열한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물론 음율과도, 의미의 강조와도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대체적으로 미래를 향한 전진, 앞을 향한 진취적 기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여섯째 연만은 다른 표현을 하고 있다.

 

  오호라

  원래는 어여쁜 자였느니라

  곱디고운 아해였느니라

 

  여기  보이는 "어여쁜 자", "곱디고운 아해"는 과연 누구일까? 적지 않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원래는 어여쁜 자", "곱디고운 아해"였는데, 이는 앞을 향해 달려온 불굴의 정신인 "예지"가 아닐까! 그렇다면 열한 번이나 반복된 "하라"는 바로 "예지"로부터 나오는 명령이 분명하다. 이것이 "예지"다운 정신이다바꿔 말하면 시인이 열망하는 세계이다. 원래는 어여쁜 자였던 사람을 향한 절대 사랑의 근본 속성으로부터 즉 절대 신인 창조주로부터의 그의 형상대로 지어진 사람을 향한 절절한 연민의 호소는 아닐까.

 

  내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의 깊은 눈빛

  온화한 향기

  예리한 통찰

 

  그것보다

  더욱

  사랑이리다

 

  음성보다 강한

  영혼의 소요

  바다와 하늘을 섞은 푸르름

 

  거침없는 자유로의

  무한 질주

 

  심연의 고독으로부터의 탈출

  목마름이요

  고요한 열망

 

  하여

  머무르소서

 

  그대 아니면 숨 쉴 수 없어

  꽃 피울 수 없어

 

  내 그대를 사랑함은

  생명보다 그윽한 언어

 

  사랑이라 불리어지는 이로 인한

                                              - "내 그대를 사랑함은" 전문

 

  이 시는 무엇보다 '사랑'을 몹시 중히 여기고 있다. 1,2연에 나타난 정신을 보면 "그대의 깊은 눈빛/온화한 향기/예리한 통찰"보다 사랑이라고 했다. 3 3행의 "바다와 하늘을 섞은 푸르름"은 동질적 푸름의 자연까지 한 데 섞어내는 묘한 기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바다와 하늘을 섞은 푸르름에는 "음성보다 강한/영혼의 요소"로 영적(靈的) 울림을 주는 구성짐이 있다. 이것은 결국 끝 연에 "사랑이라 불리어지는 이" 가시적(可視的)표현이다. 이는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내보이는 시인의 능력이다.

 

  바람의 속도보다

  빠르게 날아 보아요

 

  은하를

  비행하는 겁니다

 

  어떤 저항도

  천로를

  막을 수 없고

 

  벌겋게 달구어

  단련한

  청동의 날개

  꺾을 수 없나니

 

  행성 사이 퍼득이며

  날아 보아요

  황금빛 나래를

  펴 보아요

 

  저 광활한 유니버스

  예비된 시공은

  그대 위한 환상곡 

 

  사랑의 서곡이리니

                                      - "청동 날개" 전문

 

  여기 김주경 시인의 시의 힘줄이 보인다. 그 힘줄이야말로 "청동 날개" 같이 강하다. "벌겋게 달구어/단련한" 것이기에 막을 수도 꺾을 수도 없다. 행성 사이를 날 수 있는 황금빛 나래까지 달고 있다. 이것의 실체는 다름 아닌 사랑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우주를 날고 싶은 소망이 있기에 김주경 시인의 가슴에는 언제나 청동 날개가 푸들대고 있는 것이다. 하여 영원한 나라, 광대한 천국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꿈이란

  과녁을 빗나간 화살처럼

  꺾이는 것이 아닙니다

 

  비 개인 오후

  구름을 헤치고 나온

  햇살처럼

  영원의 분자들이

  천지를 반사하는 것이지요

 

  반사된 개체마다

  빛의 운동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꽃들을 만나고 잎새들을 만나고

  숲으로 들어가

  새들의 노래를 듣는 것입니다

 

  바람과 대화하며

  춤추는 모든 사물의 기쁨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꿈이란

  영원이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처럼 가슴에 남아

  영원히 타오르는 것입니다

                                         - "영원" 전문

 

  김주경 시인은 또 다시 사랑을 찾는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사랑이신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다. 그런 꿈은 "

꺾이는 것이 아닙니다", "천지를 반사하는 것이지요", "꽃들을 만나고 잎새들을 만나고", "새들의 노래를 듣는 것입니다."

 

  꿈이란

  영원이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처럼 가슴에 남아

  영원히 타오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랑의 불길이 꿈으로 승화되는 믿음, 이것은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타오르는 것이다.

 

  사랑이

  영혼에

  비처럼 내릴 때는

  가만히 맞아 보아요

 

  비취빛 멜로디

  젖어 내릴 때

 

  꽃으로 내리는

  꿈 속에

  마음을 맡겨 보아요

 

  파르르 떨리는

  심장의 파도를

  고요케 하는

  하늘의 선율

 

  빛들의

  맑은 상처

                                     - "실비" 전문

 

  실비가 내려와 우리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비를 피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 실비는 빗물로 끝나지 않고 "하늘의 선율//빛들의/맑은 상처"로의 변신(變身)을 보여 주고 있다. 여기서 실비를 빛들의 맑은 상처로 발견한 시인의 관찰이 이채롭다.

 

  해야

  네 몸의 일부를 떼어내어

  이불이 되어 다오

 

  얼음장 같은 나의 몸을

  따스함으로 덥혀 다오

 

  포근함으로

  잠들게 하여 달라

 

  나를 녹여

  너처럼

  따스해지는 법을

  가르쳐 다오

 

  존재의 의미에 대하여

  부드럽게 말해 달라

 

  사랑한다

  고요히 속삭여 달라

 

  해야 해야

                                             - "2월의 해" 전문

 

  2월은 추운 달이다. 만물이 얼어붙고 사람들도 추워서 웅숭그리고 있는 때이다. 오죽하면 "2월에 김칫독 깬다"는 말까지 전해오고 있을까. 시인은 이토록 혹독한 추위 속에서 따뜻함의 근원인 해에게 호소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2월보다 춥다. 그러므로 시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따뜻한 사랑에 있다. 그러기에 "사랑한다/고요히 속삭여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 해는 우주를 섭리하는 주인의 메타포이다.유머적 요소가 곁들여 있지만 경건한 기도이다.

 

  불을 받거라

  네게 주려고        

  불씨들을 모았거든

 

  우리가

  꾸어 왔던 소중한 꿈

  이제 아루어 가는 거야

 

  가슴에

  간직된 보물을

  캐내는 거야

 

  황폐한 토지마다

  가시덤불

  엉겅퀴 거둬내고

  회한의 뿌리들을

  태우거라

 

  열망의

  불씨들을 던지거라

  영혼의 심지에

  불을 붙이거라

                                   - "불의 노래" 전문

 

  이 시는 현실에 불씨를 던져 이상의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영적 충만(靈的充滿)을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가슴에/간직된 보물을/캐내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된 오류(誤謬)(황폐한 토지마다/가시덤불/엉겅퀴 거둬내고/회한의 뿌리들을/태우거라)을 깡그리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직 영혼의 심지에/불을 붙이거라"로 유도하는 열망이 짙게 깔려 있다.

 

  김주경 시인의 제2시집에 실린 83편 중에서 16 편의 시를 보았다. 김주경 시인의 시를 다 말하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시들에 젖어 있는 시 정신이 무엇인지는 감잡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시들은 깊은 산 속에 있는 옹달샘의 맑은 물처럼 맑고 순수한 영적(靈的) 샘에서 퍼올린 김주경 시인의 촉촉한 믿음의 결정들이다. 그 바탕에는 김주경 시인이 간직하고 있는 신의 세계, 마음의 불길, 사랑의 노래, 기도의 눈물, 섬김의 열정, 기쁨과 환희, 이웃 사랑 등 엄청난 보석들이 깔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들을 삶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의 뜨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시정(詩情)으로 읊어내고 있는 것이다.다름아닌 성령의 불길이다. 그러므로 불의 노래는 성령 노래의 메타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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