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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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평론> 현대시에 나타난 기독정신

  - 박두진 신앙시 중심으로 - 

 

 

 

 기독문학, 기독교문학은 신앙문학, 또는 믿음문학이다. 사람 누구에게나 신앙심이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 중에 가장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신앙심이다. 여기서 솟아나는 신앙은 무엇보다 강하다. 뜨겁다. 용기백배하여 나타난다. 그러므로 개인이나 공동체는 신앙에 목숨을 건다. 신앙심 바탕에 우주관 세계관 인생관의 확립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적 여건에 기독문학은 간구, 감사, 거룩, 겸손, 경배, 공경, 구원, 권능, 기쁨, 나눔, 말씀, 묵상, 믿음, 복락, 부활, 사랑, 성결, 성부, 성자, 성령, 성화, 소망, 속죄, 순종, 승천, 신뢰, 신유, 온유, 영생, 영화, 용서, 위로, 은혜, 응답, 인내, 인도, 자비, 자유, 재림, 절제, 중보, 지혜, 진리, 찬양, 창조, 천국, 친교, 칭의, 평안, 평화, 화목, 회개 등, 기독정신으로 일어나는 모든 사물을 정서화 하여 독자를 감화 감동시키는 문학이어야 한다.

 

 자연이나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물에서 자연스럽게 정서를 구해내는 문학이야말로 좋은 문학이다. 문학이 일정한 목적의식을 띠면 순수문학이 아니다. 기독문학이라 해서 치우친 목적의식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 자연스러움은 일반문학과 다를 바 없다. 물고기는 물속을 헤엄치며 살지만 새는 창공을 날며 산다. 이처럼 기독문학과 일반문학도 물고기와 새를 구분하듯 분별해 본다면 조금도 부자연스러운 요소를 발견할 수 없다.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경건함으로 충만하다.

 

 기독문학을 편협한 문학이라고 하는 사람이 오히려 편협한 사람이다. 그런 문학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독문학과 일반문학을 차별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기독문학을 기독문학답게 제대로의 문학정신을 발휘하면 일반문학이 따르기 어려운 경지까지 그려내고 있음은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성경만으로 보더라도 시적(시가서), 소설적(서사적), 수필적(고백적), 요소를 띠고 있으므로 운문과 산문을 여기서도 만날 수 있다. 성경에서 제재를 택한 작품으로 대표적인 것은 밀턴의 실락원이나 센케비치의 쿠오바디스 등을 들 수 있다. 기독교정신을 부각시킨 작품으로는 빅돌 유고의 레미제라블, 찰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캐롤, 존 번연의 천로역정, 단테의 신곡,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 페터카맨찐트, 부르제의 제자, 모리악의 테레즈데케이루, 기독교 고독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작품 이외에 존 스타인 백의 분노의 포도 등 적지 않은 작품들이 그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엄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인 중에는 일반문학에 치중하는 수가 많음은 아직도 기독문학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또 기독문학에 정진하는 시인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생활환경의 현실에 직면하여 끊임없이 주제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으로 익혀진 시들은 거의가 서정시(抒情詩, Lyric)에 속한다. 서정시의 고전은 히브리 문학 속의 모세와 다윗과 솔로몬의 작품들, 그리스에서는 사포와 아나크레온의 작품들, 로마에서는 카툴루스와 오비디우스의 작품들, 이탈리아에서는 단테와 페트라르카의 작품들, 프랑스에서는 라마르틴과 위고와 비니와 뮈세의 작품들, 독일에서는 괴테와 하이네의 작품들, 영국에서는 워즈워드와 셸리의 작품들이 서정시로 유명하다. 한국의 경우 신라의 향가, 근세조선의 시조도 서정시들이다. 특히 현대로 들어서면서 서정시는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의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해 전문

 

百 千萬 億겁찬란한 햇살이 어깨에 내립니다.

 

자꾸 더 나의 위에 壓倒하여 주십시오.

 

이리도 새도 없고,나무도 꽃도 없고,

쨍쨍, 永劫을 볕만 쬐는 나 혼자의 曠野에 온 몸을 벌거벗고 바위처럼 꿇어,

 

귀, 눈, 살, 터럭,온 心魂, 全 靈이너무도 뜨겁게 당신에게 닳습니다.

너무도 당신은 가까이 오십니다.

눈물이 더욱 더 맑게 하여 주십시오.

땀방울이 더욱 더 진하게 해 주십시오.

핏방울이 더욱 더 곱게 하여 주십시오.타오르는 목을 축여 물을 주시고,

 

피 흘린 傷處마다 만져 주시고,

기진한 숨을 다시불어 넣어 주시는,

 

당신은 나의 힘.당신은 나의 主.

당신은 나의 生命.당신은 나의 모두….

 

스스로 버리려는벌레 같은 이,

나 하나 끓는 것을 아셨습니까.

 

또약볕에 氣盡한 나 홀로의 핏덩이를 보셨습니까.

                                                                                        -박두진「오도」의 전문

 

하늘이 내게로 온다.여릿여릿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스며드는 하늘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초가을 햇볕으로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 박두진「하늘」의 전문

 

 「해」에는 해가 솟기를 기다림, 달밤을 싫어함, 청산을 좋아함,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보고 싶은 자아가 절절이 노래되어 있다. 이것은 한 마디로 광복에의 염원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기독교의 은혜의 세계에 대한 애타는 갈구이다. 기독교적이라면 그리스도적이요, 메시야적이다. 어둠 속에 억눌린 자의 확실한 해방에의 염원이다. 그러므로 해는 메시야적 절대적 대상이요, 모든 생명체들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진리임이 분명하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으며 송아지와 어린 사한편, 모세, 다윗, 솔로몬을 비롯하여 브라우닝, 블레이크, 클로델, 쟘, 박두진, 박목월, 김현승, 박이도, 김소엽, 전재동, 고훈 등에서 엿볼 수 있는 신앙시는 절대적인 대상을 사모하고 숭배하며 신앙하여 위로와 안심 또는 행복을 얻고 죄 사함까지 받으려는 충정(衷情)으로 읊어내는 시들이다. 이런 시를 이름하여 성시(聖詩), 또는 신앙시(信仰詩)라고 이름을 붙여 왔다. 서정시에서 인생의 감동적인 삶을, 신앙시에서 자신이 믿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죄에 대한 용서와 은혜를 갈구하며 소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랴! 바로 이런 신앙시는 찬양이며 기도로써 하나님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성시로 성서에 나오는 히브리문학의 <시편>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서정시와 신앙시를 따뜻이 뿜어내고 있는 시인들이 나날이 그 수를 더해 가고 있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사11:6-8).

 

 이는 복음의 예언자로 불려지는 이사야의 예언이다. 그리스도의 통치는 이미 인간 성품의 영역에서 이와 같은 유(類)의 변화를 불러 일으켰으며, 궁극적으로는 전 피조물을 변화시키게 된다(롬18:10 이하). 특히 여기 표현된 사실들은 평강의 왕 메시야가 통치하게 될 왕국의 평화로운 모습을 나타낸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에도 우리 마음속에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임재하시면 즉, 해가 솟아오르면 이런 평화를 맛볼 수 있다.

 

 서정적 산문시로 개념어나 추상어의 다양한 구사를 하지 않으면서도, 의성어 의태어 활유법 명령법 반복법 종결어미 사용 등을 통하여 자신이 소망하는 자아실현을 신앙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오도」에서 볕만 쬐는 나 홀로의 광야(曠野)에 핏덩이로 주님을 향해 꿇어 있는 구도자의 모습(자아)을 본다. 귀, 눈, 살, 터럭, 온 심혼(心魂) 전 영(全靈)이 주님에게 닳는 지극히 간절한 자아, 전지전능, 무소부재하신 하나님과 죄 많은 인간이 만나는 장면의 회화적 감각이 반복되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땀어린 기도의 모습도 떠오른다. 오직 주님을 향해 있는 인생의 모습이라는 간단한 시상을 바탕으로 이와 같이 절절한 믿음의 읊음을 통해 만백성의 공통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박 시인은 이 시에서와 같이 절실한 믿음으로 주님을 사모하며 살아온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午禱」는 기도 중에서도 가장 열심 있는 기도(강청기도)를 의미하기 위한 박 시인 나름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하늘」은 나(자아)의 신앙적 승화로 하늘 즉, 주님과의 주객일체를 이룬다. 이것이야말로 자아의 승리인 동시에 곧 믿음의 승리이다. 믿음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될 때 나타나는 신앙적 신비이다. 즉, 1+1=2이므로 완전한 것이 못된다. 주(1)와 객(1)이 일체가 되는 비결은 1+1로는 될 수가 없다. 1×1=1이 되는 비결을 이루어야 한다. 「하늘」은 이런 이치로 신앙적 자아실현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내가 네 안에 네가 내 안에' 거(존재)해야 한다는 말씀과 같이,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되는 데 초점이 있다. 이에 쓰인 점층적 수법은 매우 적절한 강조법이다. 내가 하늘을 향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게로 온다" 시공을 초월한 곳에 계신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우리를 찾아 오셨으니 말이다. 이것이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은혜이다. 그러므로 절대자를 만나는 인생은 자아실현의 승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기독정신은 결국 구원의식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간의 구원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은총과 우리의 믿음으로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징검다리처럼 인간을 구원의 길목으로 안내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이라면 문학은 구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확실한 이정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공헌하는 것 중에 기독문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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