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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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평론■

 

곽상희 신앙시집 『오직, 사랑함으로』, 은혜로운 영혼의 텃밭


 

 며칠 전, 내 영혼을 푸른 초장으로 안내하는 지팡이와 막대기 같은 올곧은 곽상희 시인의 신앙시집을 선물로 받았다.

곽상희 시인의 『오직, 사랑함으로』란 한 권의 시집에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만 가득한, 고백과 감사와 찬양으로 감격한 은혜의 가슴을 풀어놓았다. 이정표 없는 사막같이 외롭고 괴로운 인생, 하나님을 모시지 않고는 잠시도 숨을 쉴 수 없는 영혼으로, 하나님 신성 앞에 인간의 본성을 내놓고 참 삶의 길을 찾는 곽상희 시인의 시력(詩歷)에서 깊고 넓은 신앙세계를 엿볼 수 있다.


 곽 시인은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놓았다. 부끄러움도 잊은 채 벌거벗고 엎드려 하나님을 향한 멈추지 않는 울부짖음으로 감사하며 찬양하며 감격 속에 자기를 고백하고 있다.   

    

 여기 실린 시야말로 임의 피 묻은 살점을 뚝뚝 떼어 붙여 놓은 듯, 삶과 진리 계시의 초월적 근원으로 이해되는 하나님을 찾는 아름다움과 인간의 삶과 공허의 미로에 서 있는 자신을 정서로 승화해 내는 내면적 뜨거운 기도문들이다. 이는 사랑과 감사의 고요한 길이기에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엄청난 감격이다.


 6 부로 나누어진 93 편의 주옥같은 작품이 저마다 영롱한 빛을 띄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호흡으로 잔잔히 흘러넘치고 있다. 이 작품들에 취해 있으면 문학세계에 앞서 신앙세계가 환히 열린다. 간절함이 있는 은혜로운 영혼의 텃밭이다.


 많은 사람들 중에는 기독교 신앙문학이 일반문학에 비해 편협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어디까지나 자유로이 할 수 있을지라도 일반문학과 신앙문학을 비교의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일반문학과 신앙문학은 그 근본부터가 다르다. 일반문학은 독자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신앙문학은 자신의 신앙대상인 절대자와의 관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시인의 심령 가장 깊은 곳에서 퍼 올리는 영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신앙문학이 편협하지 않고, 오히려 신앙문학을 편협하게 보는 사람이 편협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기독교문학인은 신앙적인 작품을 통해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며, 복음을 전파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선물이다. 특히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신앙문학이라는 초보적 인식에서 벗어나 기독신앙의 성숙과 높은 인격의 산물이 되어야 한다. 곽상희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 끓고 있는 신앙의 편린들을 언어의 쟁반에 곱게 퍼 올려놓았다.           


임은

작은 돌멩이 안에

몇 만 겹 천하를 그려놓고

江물되어

흘러 넘칩니까


존재의 붉은 꽃으로

해보다 희디흰

숨결로

        - ‘서시, 사랑은 작은 돌멩이 안에’의 부분


나는 

임의 손안에 든 흙 한 줌입니다

짓밟히고 헝클어진 하잘것없는

흙 부스러기

1년 12달 비 오지 않아 메말라

목마른 가시엉겅퀴 우거진 돌밭 사이

무거운 바위 아래 깔리어


시원한 바람 한 솔기 목 타는

붉은 죄 물든 흙입니다


임이여, 눈물과 사랑으로 건지시고

좋다 하여 품으신 임의

세상없는 그 뜻 우러러

낮고 낮은 마음 하나 여기 있나이다


빚으소서

물로 불로 더욱 빚으소서


빚으소서

         - ‘나는 임의 손안에 든 한 줌 흙’ 전문


 곽 상희 시인은 시인이기에 앞서 아들을 목회자로 키운 독실한 믿음의 어머니이다. 그런 그 이기에 토기장이로 비유되신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자신은 한 줌 흙임을 넉넉히 경험하는 신앙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자기의 임이다. 자기를 하나님 뜻에 전적으로 맡기는 신뢰를 여실히 보여준다.  


큰 것 바라지 않습니다

나,


임이 비어있는

황금의 그릇보다는

임의 미소 가득한 작은 쪽박이


화려한 궁궐보다는

임의 향기로움 배인

자유의 초가草家,

골방 하나 택합니다


찬란한 환락보다는

찬바람 부는 언덕,

임의 귀향에

들뜬

가난한 임의 신부이고 싶습니다

                         - ‘선택’ 전문


 황금 그릇이 아닌 쪽박신세가 되더라도 초가 골방에 임을 모신 신부가 되어 욕심 없이 임과의 삶을 기리고 있다. 이것이 임에 대한 철저한 신뢰와 사랑이다.


사랑함으로

이 길 왔어요


사나운 들짐승 울음소리도

때로는 꽃노래였지요

나의 죽음 강요하는 유혹에도

나 즐거웠어요


언제나 내 곁에서

나보다 더

나를 아파하시는 이

내 인생의 짐 지고

미리 가신 그대여


아득하게 가까운 그대여


그대 사랑 나를 격동하여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에도

기쁨 다해 왔어요


오직, 사랑함으로

            - ‘오직, 사랑함으로’ 전문


 얼마나 당당한 외침인가! 사랑보다 강한 것은 무엇일까? 이토록 임을 사랑하며 동행하는 삶을 소망하고 있다. ‘사나운 들짐승 울음소리도/때로는 꽃노래였지요/나의 죽음 강요하는 유혹에도/나 즐거웠어요’ 억양의 변화로 보여주는 신앙의 승화는 얼마나 아름다운 정서를  나타내고 있는가. 


- 전략


흐르는 피의 강물


마지막까지 사람들은 매질했네 조롱했네 저주했네, 이래도 이 길을 가겠느냐 이래도 너는 부끄러운 수치와 저주의 언덕길 오르겠느냐 무엇이 너로 그렇게 만드느냐 무엇이 너로 그렇게 이 저주의 죽음 길 가게 하느냐 그러나 그는 아무 말 없었네, 지옥의 고통 한가운데 묵묵했네

                                                  -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부분


가난의 기쁨을 주시나요

가난의 풍성을

가난의 순결을 가르치시나요


앞서 가신 맨발의 자유

맨발의 순종

그 아림 그 기쁨을

맨발의 호젓한 행복을


임이 미리 가신

맨발의 목숨 그 사랑

그 영광의 자유를

               - ‘가난의 기쁨’의 부분


어제 선교사가 우편으로 보낸

마른 흙 한 줌,

존스 비치 바닷가 모래 같은

그저 그런 흙 한 줌,

그러나 손에 올리자

노랗게 부황 든 바람의 숨소리,

뼈마디 부딪치는 고통의 바람 소리


형제여 그대 등 뒤에는

이념의 봉화 아찔한 언덕

숨차게 달려 내려와

내 뼛속으로 스며들고  

              - ‘어떤 흙모래’의 부분


나 천만 번 해 저물어도

새 깃보다 가볍게

목숨보다 진한 마음


오직 그대 향해

노래할 뿐,

             - ‘더욱 타는 나의 노래’에서


 “이 시집은 한 사람의 사랑의 여정입니다. 문학 이상도 문학 이하도 아닌 부서지고 꿰매어진 한 영혼의 환희에 찬, 때로는 흐느끼고, 때로는 불같이 타는, 때로는 시냇물같이 속삭이며 흐르는 조약돌의 눈빛 같은, 바람이 몸 숙여 피어 있는 풀꽃의 소리, ‘은밀한 사랑’의 여정을 시인은 독자와 함께 더듬어가기 위해 상을 차렸습니다. 꿈꾸며 사랑하며, 그를 기다리며…” 이는 곽상희 시인의 임을 향한 절절한 가슴앓이이다.

  

 평자(評者)가 무작위로 든 예에서 만이 아니라도, 전 시편에 그의 고백이 뜨겁게 흐르고 있다. 그의 언어는 결코 짐스럽지 않다. 억지로 꾸미려는 흔적이 없기에 부담 없이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와 가슴에 앉는다. 시에 지나친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신앙시야말로 그 자체가 겸손의 촉매이기 때문이리라. 어색하거나 거북스러움이 없다. 누구나 이해하기 좋게 쓰였다. 은혜가 넘친다. 이 시문詩文을 따라 사색의 길에 들어서면 거기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 이것이 곽 시인이 착안한 신앙시의 모습이다. 은혜가 없는 시는 마른막대기와 같아서 신앙시에 들기가 어렵다.  


 일반시를 써오는 시인들 중에  신앙시에 애착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신앙시야말로 자기 인생의 가장 좋은 황금나팔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이를 위로하고 고통 받는 이의 힘이 되어주며 하나님의 사랑을 뜨겁게 전달하는 그리스도의 편지이기 때문이다. 곽상희 시인은 이런 일에 좋은 본을 보여주고 있다.


 곽상희 시인은 현대문학 시 등단, 시집 「오직, 사랑함으로」 등 6권, 수필집 3권, 장편소설 「뉴욕 갈매기」 1권, 영시집 「Under the Apple Tree in the West」 1권, 국제시인들과의 공동출판 2권 등, 계관시인(UPLI), 찬송가 가사 작사 100여 편,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치유의 문학사로 창작 클리닉「Writing Clinic Inst」운영 및 각종 문화활동을 하고 있다. (10-6-09, 최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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