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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평문 7월의 언어

2017.06.30 15:47

paulchoi 조회 수:32

 

7월의 언어

 

 

 

 한 해의 절반을 다시 시작하는 의미 있는 7월이다. 다시 시작하는 절기인 만큼 성장력이 매우 강한 때이다. 하루의 쉼이 없이 나라나 민족이나 모든 생명공동체들이 자연과 함께 성장의 기치를 높이 드는 때이다. 교육도 정치도 경제도 산업도 제반 폭과 깊이를 더하여 건설적 성장을 거듭해야 한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산천초목의 모습을 보자.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멎진 성장을 보여 여름 한철 천하에 가득가득 신록을 들어내지 않는가! 화초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과실수들은 실한 과일을 주렁주렁 달아 우리 인생의 풍요를 가득가득 채워주는 복된 계절이기도 하다. 이 모든 하나님의 섭리하심이 어찌 자연계에만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우리 인생에게도 자연계에 못지않은 놀라운 섭리로 함께 하심이 너무도 분명한 계절이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의 <청포도> 전문

 

 이육사는 광복에의 염원을 “내가 바라는 손님”으로 시에 담아냈다. 이뿐 아니다. 이육사의 시 ‘광야’ 끝 연에는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의 <광야>의 마지막 연

 

 고 광복을 은유하여 노래했다. “내가 바라는 손님”이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의 이미지는 다르지 않다. 조국 광복의 확실한 염원의 은유이다. 이는 한 편의 시구(詩句)로만 끝난 것이 아니다. 흐르는 세월과 함께 우리민족 역사의 가슴속에 배어든 지울 수 없는 소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는 폴 베를렌, 아르튀르 랭보와 더불어 19세기 후반 프랑스 시단을 주도했던 인물로 상징주의 창시자로 간주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정신은 시 정신에서 우러 나온다’고 했다. 그만큼 시정신이야말로 순수하고 강하다. 변질되지 않는다. 이것이 시(詩)의 힘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 전문

 이 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도 우리를 울리고 있다. 울고 있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우리를 압박과 설움으로 묶었던 일인(日人)도 울고 있다. 이는 하늘을 우러르는 양심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며/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양심을 열고 하늘을 우러르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도 울고, 일인(日人)도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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