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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시평> 이필주 시집 “이 밤이 지나면”

 

 

                                                                                                                                                          

 

이필주 시인의 시집 “이 밤이 지나면”이 최근에 서울문학출판부에서 간행되어 2015년 1월 17일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작가의 집에서 미주크리스찬문인협회 주최로 출판을 기념하는 모임을 갖는다. 이필주 시인은 서울문학인을 통해 등단했으며 크리스찬문인협회 이사이며 이미 수필집 “후회하는 날이 오기 전에”와 시집 “이 밤이 지나면”을 이미 출간한 여류문인이다. 수필과 시, 즉 산문과 운문의 벽을 넘나들며 창작활동을 하는 이필주의 글에는 눈물이 흠뻑 배어 있다. 그런 중에 그의 심령에는 신앙의 길도 닦여 있다. 신앙인의 인생이 눈물에 젖어 있음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정들여 살던 가족과의 사별이야말로 이보다 더 큰 슬픔이 무엇일까? 이필주 시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시로의 승화에 정성을 기울였다.

 

욱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어제는 너를

차디찬 땅 속에 묻었다

아니,

나의 쓰린 가슴속에

묻었다

 

이별이 아쉬워서

흐느끼는

많은 친구와 교우들

너는,

우리들의 가슴을 찌르는

아픈 가시로

남았구나

 

내 머릿속엔

회리바람 몰아치고

창자는 흔들리고

뼈가 썩어지는구나

 

우리가 만나서

열여섯 해

울고 웃던 그 추억을

어떻게 할까

어찌하면

잊을 수가 있을까

미칠 듯이 네가 보고 싶을 땐

또,

어찌해야 좋을까

 

돌아오는 길엔

형형색색의 낙엽들이

흩날리고

가을은 점점 짙어지는데

내겐, 어제의 하늘도

땅도 아니고

해와 달이 모두가

멈추어 버렸구나

 

너를 만드신 자가

너를 불렀으니

이제 내가 어찌하랴

해같이 맑고 아름다운

너의 웃음이

그곳에 있겠구나

하늘의 영원한 집에

 

욱아!

우리 다시 만나자

그곳에서

행복했었다

네가 있어서

사랑한다

내 아들아

-“너를 가슴에 묻고”의 전문

 

보통보다는 긴 편에 속하지만 전문을 옮겼다. 슬픔을 담은 절절한 글이라서 어느 부분을 제하기가 어려웠다. 이보다 더 시인의 가슴은 아프고 쓰라릴 것이다. 슬픔이란 바닥없는 함정에 존재하니까 말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 말이나 글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이다. 부모를 잃은 자식의 가슴도 슬픈 가슴이겠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가슴은 실로 가슴이랄 수 없을 만큼 쓰리고 아픈 존재이다. 여북해서 “부모가 작고하면 부모의 시신을 산에 묻지만 부모는 자식의 시신을 땅에 묻지 못하고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끊임없이 전해 올까. 쓰리고 아픔은 이렇다 할 한계가 없다. 온도계나 줄자로 재어지지도 않는다. 이런 아픔의 골짜기를 시인은 걷고 있다. 이 아픔이 문자를 타고 가슴 밖으로 나와 시가 되기까지의 시인의 아픔은 오죽했을까. 시로 승회된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그 아픔을 또 어찌할까?

이런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이필주 시인은 시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처절하고 괴롭던

시간을 지나

 

목숨이 살아 있음은

참으로 신비한 은혜이어라

 

길고도 오랜 추위 시린 겨울 지나

구름과 나무와 하늘도 노래하고

 

따뜻하고 몽롱한 봄꿈에 잠겨

향긋한 풀 냄새 즐겨 봐야지

 

이제는 마음껏

기지개 켜며 행복한 모습으로

일어나야지

-“살아 있음은”의 전문

 

이와 같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시인에겐 변화가 왔다. 참으로 놀라운 변화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시인은 “목숨이 살아 있음은/참으로 신비한 은혜이어라”로 노래한다. 이 또한 우리의 인생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놀라움이 아닌가. 이제는 슬픔에서 나와 행복을 느끼는 시절을 맞이한다.

이렇듯 시인은 슬픔의 바닥에서 절망에 가까운 삶에 살다가 그 반대편에 올라와 “기지개 켜며 행복한 모습으로/일어나야지” 하는 소망을 염원하고 있다. 이것이 이 시인의 가지는 시세계의 단면이 아닐까.

 

아들아

너는

크고도 자랑스러운

든든한 나무

인생길에 만난 소중한 보석

 

이제

네 가슴에 심어진

해맑은 웃음

여리고 예쁜 나무 귀중한 영혼

 

정직과 인내와

빛나는 사랑으로

꽃피워라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오색 영롱한 웃음꽃

흔들리지 않는 사랑으로

-“빛나는 사랑으로”의 전문

아들에 대한 슬픔이 이제는 체념의 세계에까지 와 있다. 이렇게 인생은 체험과 체념의 계단에서 견디는 몸짓이다. 이제는 안타깝지도 슬프지도 않은 가슴이 되어 있다. 이미 슬픔도 안타까움도 모두 체험으로 지불했기 때문이다. 시인이 이런 경지에까지 이르기에는 이미 그 대가를 지불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시인이 지니고 있는 신앙의 힘이라 생각한다. 신앙의 힘은 이렇게 강하다. 신앙만 지니고 있으면 변질 되지 않는 것이 신앙의 힘이다.

이필주 시인의 시집 “이 밤이 지나면”에 나타난 시들은 하나 같이 신앙적 삶, 인생의 의미로의 하나 된 통일감으로 뭉쳐 있다. 계속 정진하여 시인으로의 대성의 자리에 이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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