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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평문 이육사(李陸史 1904-1944)의 <광야曠野>

2017.08.05 07:57

paulchoi 조회 수:32

 

 

이육사(李陸史 1904-1944)의 <광야曠野>

 

 

 

A.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B.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C.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江 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D. 지금 눈 내리고

    매화梅花 향기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E.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李陸史 1904-1944)의 <曠野> 전문

 

「광야(曠野)」는「청포도(靑葡萄)」와 함께 이육사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인은 일제치하에서 옥고를 겪으면서 조국의 광복(光復)을 소원해 왔다. 일제에 저항하는 삶 자체가 그 인생의 전부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윤동주와 함께 저항시인으로 우리 詩史는 외치고 있다.

 

5 연 15 행의 이 시는 현대 자유시(內在律)이며 조국 광복으로 내달리는 꿈과 의지가 점철되어 있다. 이 시인이 처한 현실을〈지금 눈 내리고〉로 알 수 있다. 여기서의〈눈〉은 일제의 침략 · 압박을 상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도 이 시인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여기서〈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는 조국의 내일을 내다보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일제의 억압 속에서 독립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현실을〈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역사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일제의 침략과 조국의 광복을 상징적으로 은유하고 있는 부분이다.

 

A연의〈까마득한 날〉날은 태초太初를 말한다.〈하늘이 처음 열리고〉는 개천開天 즉 역사의 시작을 말한다.〈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는 닭이 어디서 울었느냐는 물음이라기보다는 설의적設疑的으로 '어디서도 생명이 약동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B연은 의인법의 활용이 잘 나타나 있다.〈범(犯)하던〉은 "범하진"의 안동 사투리.〈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의 '이곳'은 광야이다.〈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에서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광야'임을 나타낸다.

 

C연의〈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와〈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에서 활유법活喩法의 표현을 본다. A-C연까지 역사의 태동과 발전이 점층적으로 나타나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D연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의지를 노래한다. E연은 미래를 향한 단단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끝 부분의〈하리라〉는 사동 조동사이다. 여기서의 광야는 넓은 들(廣野)의 뜻이 아니라, 인적이 없이 아득하게 너른 허허벌판의 '빈들(曠野)'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광야 40년에 필적할 만한 한국민족이 겪어낸 36년 치욕의 광야이다. 이육사는 그의 생애를 걸고 독립을 위해 투쟁을 하다가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한, 드문 시인 중의 한 분임을 선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당시를 전후한 시인 중에, 충남 보령 산꼭대기에 대리석으로 세운 김영랑, 심연주, 오일도,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한용운 등 일곱 항일 민족시인 추모분향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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