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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당신은 가면을 쓰셨나요?

2016.12.11 09:29

최선호 조회 수:22

 

 

당신은 가면을 쓰셨나요?

 

 

 

  아시아 보카라의 재상 파리도 데인은 황금으로 만든 굳은 가면을 쓴 후, 84년 동안을 한번도 벗지 않았다고 한다.

 

  젊었을 때 부상으로 자기 얼굴이 아주 보기 싫어진 그는, 남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동시에 자기도 거울에서조차 보지 않도록 열 일곱 살 때에 이 가면을 쓰고, 870년부터 954년까지 84년 동안, 그가 죽는 날까지 한번도 벗어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임종 때에도 이 황금의 가면을 쓴 채로 묻어 달라고 유언하여 그의 말대로 가면을 씌운 채 묻었다고 한다. 젊은 날의 상처 때문에 평생을 가면에 묻혀 산 파리도 데인의 아픈 가슴속에는 그 날의 상처와 함께 무거운 황금가면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84 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자신의 모습을 한번도 바로 보지 못한 채 살아온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지워지지 않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세기의 스타로 불림 받는 마이클 잭슨이 최근 한국공연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막대한 공연비와 엄청난 규모로 진행된다는 공연 준비소식과 함께 감동적인 뉴스가 전해지지만, 한편 가슴을 서늘케 하는 소식도 전해오고 있다.

 

  그렇게 많은 경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진행되는 대 공연 중에 사진촬영을 규제한다는 소식이다. 공연 중 촬영시간 제한, 공연 중 촬영용 카메라의 성능 규제, 또 촬영 시에 후레쉬 사용을 못하다는 점등이 그것이다. 그 이유는 공연 중 마이클 잭슨의 얼굴이 정확하게 찍히지 않게 하기 위함인데 이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얼굴을 보다 좋게 보이기 위해 수술을 여러 번 하던 중, 실수로 인해서 남아있는 흉터를 세상에 알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촬영을 제한한다니, 항상 얼굴을 내보이며 살아야 하는 연예인으로서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뿐만 아니라, 그 공연장에 모여든 관중들은 마이클 잭슨의 노래와 춤에도 관심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세기적인 스타의 모습 그대로를 보고자 함이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며, 꾸밈없이 읊어내는 그의 순수하고 다채로운 표정을 보고자함일 텐데 정작, 주인공인 마이클 잭슨은 얼굴을 잃은 자가 되었으니 이 또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억지로 꿰매고 붙이고 만든 얼굴에서 어떻게 순수하고 맑은 웃음이 배어날 수가 있겠는가. 관중들은 그의 춤이나 노래는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겠지만 공연자 본래의 진지한 모습 그대로의 표정은 끝내 발견하지 못한 채 돌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출연자인 주인공과 관중 사이에 이어져야할 그 순수함이 가리어지게 된 것이다. 그 순수함은 영원히 잡히지 않는 무지개로 떠 있을 게 분명하다.

 

  마이클 잭슨이야말로 자기 얼굴을 영원히 잃어버린 슬픈 사람이 아니겠는가? 순간적인 실수로 영원한 가면을 쓰게 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 본래의 모습을 잃고 무대에 얹혀진 사람이다.

 

   어쩌자고 이런 실수를 택했단 말인가. 마이클 잭슨의 타고난 본래 모습의 어디가 부족했단 말인가. 내 것을 가지고 내 것으로 쓰지 못하고 내 것도 남의 것도 아닌 어중간한 모습을 만들어 신의 섭리를 깨뜨리는 자들의 모습이 오늘을 슬프게 한다. 

 

  얼굴은 마음의 모습인데 억지로 꿰매고, 붙이고, 만든, 얼굴에서는 고요함이나 평화로움이 진실하게 번져나지 않는다. 마치 도장을 찍어놓은 듯, 그 모양 그대로 굳어져 있을 뿐이다. 웃어도 울어도 어색함 그대로가 전부일 뿐이다.

 

  휘트먼은 "내 자신의 노래"에서 "나는 남자와 여자의 얼굴에서 신을 본다"고 했다.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들의 얼굴엔 하나님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 좋은 얼굴을 수술해 놓고, 사람 편에서 보면 아름답다거나 근사하다거나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될지는 몰라도, 그런 얼굴을 하나님 편에서 보신다면 형편없이 일그러진 얼굴일 것이 분명하다.

 

    84 년 동안 가면을 벗지 않은 파리도 데인은 가면을 쓴 줄 알고 쓰고 살았고, 마이클 잭슨은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린 줄 알고 무대에 오르고 있겠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과연 보이지 않는 엄청난 가면을 쓰고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미련퉁이는 아닌지. 자신을 살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잠시 가져 본다. (1996.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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