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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봄이 오는 소리

2016.12.11 09:34

최선호 조회 수:8

 

 

봄이 오는 소리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몹시 추웠다. 그러나 이제는 봄기운이 돌고 산에 들에 봄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깡말라 죽은 듯했던 나뭇가지에서 싱그러운 연두색 잎이 눈을 뜨는가 하면 제 철을 만난 꽃나무들이 꽃망울을 틔우고 있다. 차갑던 바람도 어느새 보드라운 몸짓으로 변하고 어느 날부터인지 우리들의 의상도 훨씬 가벼워졌다.

 

 천지가 개벽하듯, 자연의 품에 은혜로운 변화가 오는데, 우리 이민광야에 사는 사람들 가슴속에도 더욱 따뜻한 은혜의 바람, 뜨거운 사랑의 바람이 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바다와 산과 들을 바라보라. 봄이 오는 소리가 인간의 힘으로 작곡할 수 없이 위대한 음악으로 들려오지 않는가! 인간 중에 어느 누가 위대하여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를 지어낸단 말인가?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한 군데도 빠뜨림이 없이 봄이 가득가득 차 오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만이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 이 세상을 살고 있을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풍성한 봄을 내려 주셨다.
 
  "길가에 푸릇푸릇 풀 싹이 돋고, 젊은 벚나무와 살구나무 가지는 과년한 여자의 살 모양으로 윤이 흐른다. 그 윤 흐르는 껍질 속에는 생명과 기쁨이 충만한 피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것이 보이는 듯하고 들리는 듯하다. 더구나 볼록볼록 젖꼭지 같은 꽃봉오리들이 금시에 터질둣이 통통 부푼 것을 보면 자연히 하염없는 한숨이 나온다. 봄이로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명절날 구경 나서는 아가들 모양으로 맘이 들뜨고 맘이 바쁘다." 이는 춘원 이광수의 묵상록에 있는 봄이다.
 
  "민들레와 오랑캐꽃이 피고 진달래 개나리가 피고 복숭아 살구꽃, 그리고 라일락, 사향장미가 연달아 피는 봄, 이러한 봄을 사십 번이나 누린다는 것은 적은 축복은 아니다. 더구나 봄이 사십을 넘는 사람에게도 온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녹슬은 심장도 피가 용슷음 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피천득의 봄이다.
 
  "봄은 우리에게 철학의 많은 소재를 준다, 봄은 특히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으키게 하는 계절이다. 자기집 뜰의 조그만 화단에 꽃씨를 심으면서 우리는 생명에 관한 사색에 잠긴다. 모락모락 자라나는 어린 아기의 맑은 눈동자와 깨끗한 웃음을 바라보면서 생의 신비감에 경이를 느낀다. 너희 처녀가 생명의 합창을 하면서 우리를 자연의 품으로 초대한다. 산이 있고 물이 흐르고, 보리가 자라고, 종달새가 노래한다.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을 읽어보자. 그 책에서 지혜의 말씀을 찾아 보자. 그것이 봄을 철학 하는 하나의 자세다." 이는 안병욱의 '행복의 미학'에 들어 있는 봄이다.

 

 레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봄을 찾아본다.
 
  "수십만이라는 사람들이 조그마한 장소에 모여서 자기네들이 빽빽이 모여있는 땅을 망쳐 버리려고 제 아무리 기를 써 보더라도, 또 그 땅 위에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하게 돌을 깔아 덮어 버리더라도, 싹터오는 풀들을 제아무리 말끔하게 뽑아 버리더라도 석탄이나 석유 연기로 그을려 놓는다 하더라도-도회지에서도 봄은 역시 봄이었다. 햇볕이 따사로이 내려쬐이자 풀은 되살아나서 송두리째 뽑아버리지 못한 곳이라면, 가로수 길 옆 잔디는 물론이요, 포석 틈바구니에서도 파릇파릇 싹터 올랐다. 자작나무, 백양나무, 벚나무는 끈기 있고 향기로운 잎사귀를 벌리고, 보리수는 방긋이 벌어진 싹을 부풀려 울리고 있었다. 까마귀와 참새 그리고 비둘기들은 봄을 즐기는 듯이 벌써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에 바빴고 파리들도 양지바른 담장가에서 윙윙거리며 날고 있었다. 이처럼 초목과  새들과 벌레들, 그리고 아이들은 봄을 맞아 모두 즐거웠다. 이상과 같이 선진들이 남겨 준 글 속에서 봄을 찾아보았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봄은 변함없이 하늘의 무궁한 축복을 우리 인류에게 실어 올 것이다. 우리 모두의 가슴을 넓고 크게 열면 마음의 봄동산이 피어날 것이다. (1997.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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