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2
전체:
281,061

이달의 작가

산문 상한 갈대

2016.12.13 15:29

최선호 조회 수:95

 

 

상한 갈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한다. 이 말은 영국의 대 문호 세익스피어가 한 말인 줄 안다. 여자의 마음만 갈대와 같은 게 아니다. 남자의 마음도 갈대와 같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 보겠다고 재산을 정리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이역만리 미국 땅으로 이민 와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온갖 갈등의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 남성이나 여성이나 그들의 마음은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에 비유되어질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예, 이민을 오지 말고 본국에서의 삶을 계속했더라면 지금쯤은 갈대가 아니라 낙락장송처럼 무성하고 무게 있는 살림에 사회적인 지위도 터 잡혀 있을 테고 웬만한 어려움쯤은 넉넉히 견디어 낼 힘도 마련되어 있었을 터인데, 고국산천을 떠나 타향만리 이민광야에 와서 꿈도 제대로 꾸어보지 못한 채 그날 그날을 노동으로 때우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이제는 되돌아 갈 수도 없는 막막한 현실 위에 설상가상으로 경제불황이다, 자녀교육문제다 등등에 시달리는 생활은 더 할 나위 없는 피곤을 몰아올 게 뻔한 일이다. 어찌 할 수 없는 막막한 입장에 노여 있을지라도 오히려 하나님은 이런 자를 더욱 사랑하신다. 꺼져 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고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는 분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다. 한 마리의 참새라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부패한 자는 멸하셔도 가난한 자는 멸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 가난을 통해서 더욱 가까이 오신다. 더욱 많은 것으로 흔들어 차고 넘치도록 가득가득 채워주시는 비밀을 가지신 분이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을 바로 알고 바로 볼 수 있는 비결은 가난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느니라"
  고 했다. 믿음은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잘 난 척 할 줄도 모른다. 믿음은 교만하지 않다. 믿음은 진실하다. 속이려 하지도 않는다.

 

  가난하고 어려울 때는, 가난하고 어려운 대로, 환난을 당할 때는 환난을 당한 그대로 행하면 근심도 걱정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는 환난을 피하지 않으셨다. 지신을 잡으러 오는 무리를 향해 솔선하여 나아갔으며 쓰리고 아픈 십자가도 피 흘리며 지셨다. 이 길이 바로 믿음의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믿게 하려는 주님의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 그래서 상한 갈대 같은 수많은 영혼들이 치유되는 역사가 자꾸 일어나는 것이다.

 

  갈대 같은 인생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앞에 인간은 가장 연약한 하나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 갈대의 생각 속에도 하나님은 언제나 살아 계신다. 하나님은 갈대도 지극히 사랑하신다. 상한 갈대는 더욱 사랑하신다.

 

  "환난의 날에 진실치 못한 자를 의뢰하는 의뢰는 부러진 이와 위골된 발 같으니라"고 성경은 말씀한다. 비록 우리가 상한 갈대가 되었다 할지라도 오직 믿음의 본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만 의지하면 절대로 꺾이지 않는 비밀을 알게 된다.(1996.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