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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새해를 맞으며(I)

2016.12.11 14:17

최선호 조회 수:33

 

 

새해를 맞으며(I)

 


  내가 태어나서 자란 조국에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또 한번의 새 아침이 밝았다.  맑고 고운 태양이 하늘 높이 떠올라 1996년의 나래를 활짝 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산과 들이 이 맑은 햇볕아래 새롭게 태어났다. 우리들의 마음도 한결 새로워졌다. 이렇게 밝고 따뜻한 태양 아래 엄청난 축복을 또 한번 받게 된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새해를 맞는 마음은 항상 기쁘다.  여러 가지 이유가 많겠지만 새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맑은 태양이 떠오르기 때문이리라.  어렸을 적, 내가 그린 태양은 언제나 빨간 태양이었다.  푸른 하늘 한 복판 둥근 테두리 안에 언제나 빨간 색을 칠했다.  나만 빨간 색을 칠한 게 아니다. 나의 학우들도 빨간 색을 칠했다.  아니, 나의 선, 후배들도 태양을 그릴 때는 언제나 빨간 색을 칠했다.  그래서 우리들의 태양은 언제나 빨강이었다.

 

 

  여기 미국 땅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어린이들도 해를 그린다.  그런데 이들의 태양은 빨간 색이 아니다.  그들의 태양은 '노랑'이다.  그들은 둥근 바탕에 항상 노랑을 칠하기 때문이다.

 

 

  같은 태양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이들의 마음밭에 비치는 빛깔은 똑같지 않다. 그것은 그들의 생활, 사상, 감정, 풍토, 가치관 등에서 얻어진 결과인 때문이다. 지역과 세대 또는 문화의 차이에 따라 안목이 달라지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그러나 어느 누가 보아도 한 가지 색으로만 보이는 것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모 전대통령이 저질러 놓은 배금의 흑심이다. 이 세상 어는 곳에 갖다 놓는달지라도 보는 이들의 눈동자에 박히는 색깔은 동일할 게 분명하다.

 

 

  그는 몸과 마음과 충성을 다하여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던 군인이었었고 국민의 지지로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던 귀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엄청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동, 서양 어느 나라, 어느 세대 사람이 보아도 인류 통성의 눈동자에는 "껌정"으로 찍혀있을 게 너무도 분명하다.  이것은 태양에 번져나는 흑점과 같이 우리 인류를 좀 먹는 무서운 독소, 바로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 전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먹구름 떼도 똑같은 색깔로 전 인류에게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일찌기, 박두진 시인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는 싯구로부터 온 세상에 은혜의 세계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진실한 인류의 소망을 노래했다. 이것은 진정으로 인류의 가슴마다 괴어있는 깊은 심령의 샘에서 퍼 올리는 인류 모두의 진정한 웃음, 전정한 울음의 소리인 것이다. 어서 어서 고운 해가 뜨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모 전대통령의 새해를 맞는 심정은 과연 어떨까?
" 닭아 닭아 우지 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라는 심청의 독백을 닮은 심정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미 닭은 울었다. 이렇게 엄청난 태양은 어김없이 솟아올랐다. 태양은 넓고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지 못하고 돈에만 눈이 멀었던 그 인생들에게도 1996년에 나래를 펼쳐 따뜻한 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위해서…  (1996.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