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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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시원한 물 한 모금

2016.12.13 15:26

최선호 조회 수:25

 

 

시원한 물 한 모금

 

 

 


  바닷가에 모래밭에
  어여쁜 돌 주워보면
  다른 돌만 못해 보여
  다시 새 것 바꿉니다.

 

  누가 지어 가르쳤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어렸을 적 입에 발렸던 노래다.

  미를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을 기울여 보면 미를 미로 느끼지 못하고 이 것 저 것 고르며 방황만 거듭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한번 바꾸기 시작하면 또 한번 바꾸고 싶고, 그러다 보면 자꾸 바꾸게 되어 정말 내 것을 찾아 내지 못한 채 곧 날이 저물어 어두운 밤을 맞게 된다.

 

  어여쁜 돌을 주웠으면 거기서 미를 발견해 내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지만, 미의 진가는 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 내는데 있다.

  미는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위대하게 태어나 준다. 당장 이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것으로 바꾸면 항상 겉 핥기 정도에 그치고 만다.

 

  여행가 김찬삼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여행 중 슈바이쳐 박사와 잠시 만나게 되었을 때, 워낙 짧은 시간이라서 꼭 유익한 말 한 마디만이라도 듣기를 원하자 슈 옹은 '오직 한 우물만 파시오'라며 뜨거운 악수를 해 주었다고 한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바꿀 것이 있고,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바꾸는데 문제가 있다.

 

  두 주인을 섬기려 들지 말고 이것저것 다 소유하려 들지도 말고, 오직 '하나'에서 전체를 체험하는 이치를 터득해야 하겠다.

 

  하나를 파고들면 거기서 또 하나가 나오고…. 관심과 노력 이상으로 환한 세계가 열리는 창조의 희열을 맛보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서 성한 몸으로 1년 남짓 살던 헬렌 켈러는 열병을 앓고 눈, 귀, 입을 모두 쓸 수 없는 불구자가 되고 말았다. 헬렌의 부모는 불구자가 된 헬렌에게도 보통사람과 똑같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헬렌의 교사를 찾았다. 맹인교육자 하우만 박사의 교육방법을 이어 받은 보스턴 퍼킨스 맹아학교의 교장으로부터 젊은 여교사가 소개되었다. 안 맨스필드 사리반이 그녀였다. 사리반은 쓰라린 고초를 오히려 달게 견디며 헬렌 곁에서 50년을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할머니가 되도록 긴 세월을 헬렌 켈러에게 바친 것이다.

 

  헬렌 켈러는 사리반의 노력 끝에 인문학박사,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을 뿐 아니라 맹인구제 사업에 헌신, 인류의 밝은 본이 되었다.

 

  이 글 첫머리의 노래는 사라져 지금은 부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아예 기억에 남아 아른거리지 않아도 된다.

  한 우물을 파야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 비결을 바로 알아차린 이상에는.(1992.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