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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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2016.12.11 15:17

최선호 조회 수:11

 

 

멋 

 

 

  "멋"이란 말은 한국어의 특수한 단어로, 영역하기는 쉽지 않다. '멋쟁이'라는 사람이나, 어떠한 멋이 있는 것을 영어로 말하기는 어렵지 않겠으나, 멋의 개념을 영어의 한 단어로써 표현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멋, 경치의 멋, 건물의 멋, 그리고 글월의 멋을 영어로 말하자면 여러 다른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 생각하면 '멋'이란 것이 한국의 고유한 개념이 아닌가 한다. 멋은 아름다움도, 산뜻한 것도 아니고, 풍치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이 여러 가지 개념과 관련해서 무슨 매력을 풍기고 있는 것이다" 이상은 R. 러트의 '풍류한국'에 실린 글이다.

 

   그렇다. R. 러트의 지적대로 '멋'은 아름다움도 산뜻한 것도 아니고, 풍치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이 여러 가지 개념과 관련해서 무슨 매력을 풍기고 있음이 틀림없다.

 

  넥타이가 정중하게 매어져 있는 것도 멋이고, 바람에 날려 어깨 너머로 넘어간 것도 어찌 보면 멋이겠다. 새 옷은 새 옷대로 멋이 있고, 헌 옷은 헌 옷대로의 멋이 있다고 보아진다. 멋은 멋을 낸다고 나는 것이 아니고, 멋을 내지 않아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멋으로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멋이다.

 

  아내의 멋은 머리를 손질하고 귀를 뚫고 손톱을 칠하고 스킨캐어를 하고 미장원을 들락이는데 있다기보다는, 남편을 극진히 내조하는데 있다. 남편을 남편으로 알지 않고 그야말로 멋대로 돌아치는 아내가 있다면, 과연 그녀에게서 멋다운 멋을 느낄 수 있을까? 남편의 경우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함에서 그 멋다운 멋이 풍겨나리라.

 

  의사만 해도 그렇다. 당일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엄청난 수의 환자들을 대강 대강 보아 넘기기보다는, 한 사람의 환자라도 제대로 정확하게 진찰하는 의사라야 멋있는 의사가 아닐까.

 

  어머니의 멋은 자식을 지극히 사랑함에 있고, 판사의 멋은 재판을 많이 하는 데 있지 않고, 정확 공정하게 판단해 내는 데 있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심방하며 말씀을 가슴에 새겨 행하게 함에 목사의 멋이 있고, 쓰러지지 않는 집을 지어내는데 목수의 멋이 있다.

 

  어린이의 멋은 꿈을 갖는데 있고, 젊은이의 멋은 활력이 넘치는데 있고, 중년의 멋은 부지런함에 있으며, 노년의 멋은 호수처럼 고요한 가운데 건강을 누림에서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탤런트나 배우나 가수들의 멋은 많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있다기보다는, 단 한 작품으로라도 개성과 감동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거나 울리는 데 그 멋이 있다.

 

  뱀의 멋은 징그러운데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동냥치에도 멋은 있다. 갈대의 멋은 바람에 나부낌에 있고, 전쟁의 멋은 공포에 있지 않고 그 가운데 평화를 느낌에 있다. 약의 멋은 맛에 있지 않고 치료효과에 있고,  맛보다는 싱싱함에 생선의 멋이 있다. 비싸게 팔거나 헐값에 팔지 않고, 제 값을 받고 물건을 파는데 가게 주인의 멋은 있고, 내가 나를 알 때 내 자신의 멋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귀한 멋이 있고, 그 멋을 가진 멋쟁이가 있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멋쟁이 한 분을 소개한다. 그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마구간에서 탄생하시는 멋,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멋, 병든 자를 고치시고 죽은 자를 살리신 멋,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을 용서하시는 멋, 뿐만 아니라, 갈보리 산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만인을 사랑하시는 지극한 멋쟁이, 의를 위하여 피를 흘릴 줄 아는 멋쟁이, 죽음에서 부활하셔서 제자들 앞에 나타나시는 멋, 승천하시는 멋쟁이…. 그 분의 그 값비싼 멋을 누가 감히 따르겠는가. 우리 예수님은 진실로 멋쟁이 중에 멋쟁이이시다. 영원한 멋쟁이이시다. 그 분을 따르는 분들이야말로 또한 훌륭한 멋쟁이가 아니겠는가. (1997.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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