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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낙엽으로 떠나는 길

2016.12.11 15:27

최선호 조회 수:5

 

 

낙엽으로 떠나는 길

 

 
  낙엽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감상적이거나 나약한 사람이다. 그러나 낙엽을 보고도 용기와 희망을 품는 사람은 매우 진취적 기상의 사람이다.

 

  누가 낙엽을 보고 서러워하는가? 이는 세련되지 못한 정서가 전통의 한 갈피에서 울음을 쏟아 온 까닭도 있겠지만, 그것은 한낱 퇴폐적 낭만의 자락에 불과 했을 뿐이다.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사람은 이에 젖지 않는다. 낙엽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다시 새 잎이 돋아나는 환희를 기다릴 줄 아는 여유로움이 그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죽음도 낙엽과 같다. 그러므로 제 생애를 다 살고 낙엽처럼 떨어져 감을 서러워한다면 그것은 무가치한 짓이다. 떠나는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줄을 이어 있기 때문이다.

 

  목숨의 일이라면 인간도 한 잎 낙엽에 불과할 뿐, 새 봄에 싹이 나서 여름 내내 그 푸르름을 자랑하고 가을 바람에 사위여지는 낙엽! 바로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는 육에 매인 사람이다. 인간의 육신은 죄로 인하여 죽은 것이나, 영은 의를 위해서 산 것이기 때문이다.(롬8:10)

 

  육에 매인 사람이란 "허무한데 굴복"한 사람이므로 창조주의 뜻밖으로 벗어난 위치에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낙엽을 보고 희망과 용기를 갖듯, 죽음 앞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을 일이다.
 
  톨스토이의 인생론에서 죽음에 대한 그의 고백을 듣는다.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하여 품고 있던 사상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죽음은 나에게서 그 두려움을 잃고, 죽음은 삶의 하나의 에피소드로서 필경 그칠 때가 없다는 인식에 나는 하루하루 가까워 갔다. 필경에는 나는 인내심 깊이, 아니 오히려 흔연히 죽음을 기다리고 죽음을 맞아드릴 경지에 이르렀다. 영속하는 생에 대한 확신은 굳어지고 모든 의혹은 힘없이 사라지고, 때때로 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기쁨에 찬 소리처럼 기쁜 부르짖음이 나의 가슴에서 솟아날 지경이었다. 끝없는 행복감이 나의 영혼을 가득 채우고 나는 다정하게 죽음을 기다렸다"는 그의 고백은 낡은 감상에 젖지 않았다.

 

  인간은 태어난 존재이기에 반드시 죽는다. 그 죽음을 맞는 마음에는 불평, 불만의 물이 들어서는 안 된다.

  말없이 지는 낙엽처럼 그렇게 떠나야 할 일이다.(1997. 6. 17. 최선호 칼럼. 크리스천헤럴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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